미니스커트·하이힐 사라져 '불황 상품' 속설 다 깨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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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미주중앙최근 미국 내 한인 사회에서 전통적인 '불황 속설'이 깨지고 있다. 미니스커트, 립스틱, 하이힐 등 경기 침체기마다 단골로 각광받던 상품들의 인기가 최근 들어 주춤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현실의 어려움을 잊고 화려했던 과거로의 복귀를 열망하는 심리에서 유행하곤 했던 단골 불황 아이템의 시대는 가고 편안함과 실용성이 강조된 제품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무엇보다 화려하고 아찔한 패션으로 불황 스트레스를 달래려 등장했던 미니스커트가 이번 불황에는 자취를 감췄다. 대신 청바지와 레깅스 등에 편안하게 매치해 입을 수 있는 루즈핏 상의가 계속해서 인기몰이 중이다.

세탁과 보관이 쉽고 활동성이 뛰어나 답답함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짧지만 바지 형태로 실용성을 높인 큐롯이나 플레어쇼트 스타일도 미니스커트의 자리를 대체했다.

시티센터온식스에 자리한 '나티지(NaTG)'의 박동미 사장은 "불황이라고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공식은 이미 옛말"이라며 "한인들은 특히 편하고 저렴한 루즈핏 톱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신발 역시 하이힐보다는 활동성을 강조한 플랫 슈즈가 강세다. 움직임이 자유롭고 발이 불편해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불황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겐 안성맞춤.

구두 중에서도 굽만 뾰족한 하이힐보다는 발 전체를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주는 웨지 스타일이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납작한 캔버스화의 인기도 불황을 모르고 고공행진 중이다.

코리아타운플라자 내 '파라슈' 관계자는 "주류 패션 리더들은 12인치까지 되는 하이힐도 신는데 한인타운에서는 플랫이나 웨지 스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황 속 소비자들의 실용적 소비 패턴은 화장품 판매 추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울 수록 여성들이 립스틱처럼 작은 사치 아이템으로 소비 욕구를 달랜다는 '립스틱 효과'도 최근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대신 세계적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가 '파운데이션 효과'다. 최근 발표된 조사에서 영국의 립스틱 매출은 2.5% 증가에 그친 반면 파운데이션 매출은 15%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역시 최근 립스틱 매출은 5.8% 감소한 반면 파운데이션 매출은 2.5%가 늘었다.

한인시장에서도 파운데이션과 함께 얼굴 전체를 화사하게 보이게 하는 비비크림이 불황 속 효자 상품 노릇을 하고 있다. 기분전환용 뷰티 아이템인 립스틱보다는 제품 하나만으로도 여러가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실용적 아이템인 비비크림에 소비자들의 손이 간다는 것.

팔레스뷰티 한남체인점 송혜경 매니저는 "선블록과 파운데이션의 효과를 한 번에 볼 수 있는데다 하나만 바르면 이것저것 바를 필요 없이 별 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불황기 여성 소비자들이 비비크림을 많이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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