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와 신4강 외교]상.신정부에 힘 실어주는 4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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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속에서의 김대중 (金大中) 신정부 출범은 4강 외교에서도 많은 변화를 몰고오고 있다. 무엇보다 외교.경제.통일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金대통령의 출범은 주변 4강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근본적 해결, 4강의 접근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의중 파악없이 4강과의 밀월이 오래갈 것이라는 판단은 섣부르다. 중앙일보는 신정부 출범 후 변모하는 4강과의 관계를 3회 시리즈로 게재한다.

주변 4강이 김대중정부에 대해 매기는 점수는 기본적으로 후하다. 물론 새 정부 출범초 밀월기를 갖는 것이 통례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밀월은 조금 다른 의미를 띠고 있다. 미국과 대북 (對北) 정책에서 혼선을 빚거나 일본에 대해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 는 발언도 서슴지 않은 과거 김영삼 (金泳三)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벗어나 점차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金대통령 개인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두터운 것이 주목을 끈다. 金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보다 외교와 경제를 잘 알고^외국에 인지도가 높으며^많은 친구들을 갖고 있는 점 등을 높이 사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미 공공정책연구소 등이 주최한 세미나에서도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한.미 양국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동반자 관계로 접어들었다" 고 말하고 있다. 리처드 크리스텐슨 주한 미 부대사 역시 "金대통령의 지도력과 통솔력은 대단하다" 고 치켜세우며 보다 견고한 양국관계 희망을 피력했다.

중국도 신정부 돕기에 신속히 나서고 있다. 한국을 중국의 해외여행 자유국가로 지정한 게 대표적인 예. 이번 조치는 지난 4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 (ASEM)에 참석한 金대통령이 주룽지 (朱鎔基) 중국 총리에게 요구한지 불과 한달여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5일 중국 천젠 (陳健) 외교부 부장조리는 권병현 (權丙鉉) 주중대사에게 대한 (對韓) 무역적자가 심화되는 가운데 이 조치를 취했음을 강조했다.

중국의 뜻을 알아달라는 것이다. 중국은 또 공공연히 북한의 미국 접근에 반대의사를 표명, 한국외교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해결의 주역은 어디까지나 남북한" 이라고 강조한다.

김영삼정권 당시 어업협정 파기라는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달았던 일본정부는 金대통령과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 등이 모두 지일파 (知日派) 라는 데서 신정부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외무성 관계자들도 "지금이야말로 새 한.일 관계 확립의 최적기" 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오피니언 리더 초청사업' 으로 여권 핵심들을 초청,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외상 등과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신정부에 힘 실어주기 일환의 한.일간 새 인맥구축에 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4강의 접근을 액면 그대로 보아서는 골탕먹을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한국 고위층의 정책혼선에 대한 우려를 짙게 표출한 경우도 있다.

그 실례가 지난 1월 金총리서리의 이른바 '6개국 구상' 에 대한 미국측의 의혹. 말하자면 한국의 중국접근에 대한 우려로서 동맹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는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한국 신정부는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중국의 '한국 편애' 도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주중 (駐中) 한국대사관의 전 고위관리는 "중국이 한국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이것은 완전한 오산이다.

황장엽 (黃長燁) 사건처럼 주요 문제에 부닥치면 친하던 중국 관리들의 태도가 1백80도로 변하더라" 고 충고하고 있다. 러시아의 신정부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도 돋보이나 러시아는 행여 한반도문제 논의과정에서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접근하고 있다.

결국 4강과의 관계는 정확하고 냉정한 분석 아래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워싱턴.모스크바.베이징.도쿄 = 길정우.김석환.유상철.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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