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우먼]능전개발 나혜령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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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나혜령은 누구인가' 최근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가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조찬모임에 참석, 여성벤처기업인을 위해 1백억원의 기금조성을 약속했을 때 관심의 촛점은 이날 김총리를 초청한 장본인인 나혜령 (羅惠寧.50.능전개발사장) 회장에게 쏠렸다.

지난 대통령선거 직전에도 당시 대선주자들이던 김대중.이회창.이인제후보의 부인을 한자리에 초청, 여성기업에 대한 관심을 촉구해 그의 폭넓은 사교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던 인물. 羅회장은 80년대 국내 석회석시장을 석권했던 장자그룹의 前맏며느리.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는 지난 94년 장자그룹이 부도가 나자 남편을 대신해 회장직을 맡으면서 경영자로 급변신했다.

당시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던 수백억원에 이르는 금융권 담보를 읍소로 매달려 천신만고끝에 풀어낸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한번 기울기 시작한 회사는 결국 회생하지 못하고 96년 완전히 정리됐다. 남은건 충북단양에 생석회가공 공장을 둔 능전개발뿐. 대주주인 나회장은 이를 첨단기술과 설비를 갖춘 연매출 50억원대의 알짜기업으로 만들어냈다.

" '할 수 있다' 는 강한 신념과 실천만이 성공을 안겨줍니다. 대부분이 신념은 있지만 실천을 못해 주저앉고 말죠. 나는 매일 2시간씩 새벽 명상을 하면서 '나는 할수있다' 고 스스로 채찍질합니다. " 충남서천에 자리잡은 몰락해가는 한 중류가정에서 4남2녀의 맏이로 태어난 그의 학력은 충남고 졸업이 전부. 부친은 50~60년대 거물 정치인이었던 신익희.유진산씨의 비서관 출신이다.

그는 대학에 합격했었지만 갑작스런 부친의 사망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MBC라디오 성우로 취직했다.

나회장의 인생은 장자그룹의 맏아들인 이정식 (李正植.53) 씨를 만나 결혼하면서 돌변했다.

연극무대를 통해 이뤄진 지병을 앓고 있던 재벌2세 - 가난한 미녀의 만남은 집안의 극심한 반대 끝에 결합,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다.

"장자그룹은 80년대 현금많기로 소문났던 회사라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굵직한 정재계 인사들과 교분을 넓힐 수 있었죠. 그때 만났던 사람들이 지금 큰 힘이 됩니다."

어느 자리에서건 한 번 인사를 나눈 사이면 그 끈을 놓지않는 것이 그를 아는 이들의 한결같은 평. 회의때도 말단 직원들과 함께 자유분방한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생각을 경영에 반영하고 상사와 부하직원이 상호 평가하는 인사제도를 도입, '열린 경영' 을 실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물을 제대로 알아보는 판단력" 을 최고경영자의 가장 큰 덕목으로 꼽는 그는 장애인과 여성지원을 위해 개인 자산을 출연한 기금조성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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