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2단계 협상안 핵심은 ‘도발 → 당근 보상’틀 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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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발간된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예고한 대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5자회담의 틀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시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5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포괄적인 협상안을 만들어 낸 뒤 이를 토대로 미국과 북한이 양자 협상에 나서도록 하는, 이른바 2단계 협상안이다.

여기엔 북한이 도발 행위를 할 때마다 경제 지원 등 ‘당근’을 줘 무마하고 보상해 주던 과거의 틀을 깨자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똘똘 뭉쳐 강력한 대북 제재 메시지를 담되, 북한이 그토록 원해온 미국과의 협상이라는 문은 열어놓자는 게 2단계 협상안의 핵심이다. 강·온 전략인 셈이다.

이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반응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양 정상은 (북한을 뺀)6자회담 참석 5개국이 협력해 북한 핵을 불가역적으로 폐기시키기 위한 단합되고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한다는 데 합의했다”고만 발표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제안은 후속 협의를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양국 정상은 국제사회의 공조를 위해선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필수적이란 점에도 동의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미 FTA와 아프가니스탄 문제=양국 정상은 이날 채택한 공동 비전에서 “한·미 FTA가 양국 간의 경제·무역·투자 관계를 심화시킬 것”이란 대목을 포함시켰다. 회담에서도 “협정의 진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FTA 인준을 위한 결정적 진전은 없었지만 긍정적인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 정부는 청신호로 받아들인다.

아프가니스탄 지원에 대해 두 정상은 “한·미동맹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같이 평화 유지, 전후 안정화, 개발원조에 있어 공조를 제고한다”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파병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북한의 핵위협 때문에 국내에서 논란이 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역시 회담 테이블에 올랐다. 양 정상은 “북한의 위협을 주시하며 전반적 이행 상황을 점검해 조정 소요가 발생하면 긴밀한 협의하에 검토·보완해 나간다”고 확인했다. 이를 두고 2012년 전작권 전환 방침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원론적 언급”이라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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