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찬 꺼리던 오바마 ‘회담 스타일’ 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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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비교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스타일은 간소한 편이다. 지난해 4월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의 회담은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치러졌다. 1시간30분에 걸친 카트 동승, 캠프 내 ‘로렐 캐빈’에서의 만찬 등 가족적인 분위기가 지배했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15일 워싱턴의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봉사기관인 ‘리틀라이츠(Little Lights)’를 방문,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이 기관은 현지 한인 1.5세인 스티븐과 메리 박 부부가 1995년 설립해 운영 중인 곳으로 김 여사는 LCD TV 한 대와 티셔츠 100벌도 기증했다. [워싱턴=오종택 기자]

하지만 ‘오바마 스타일’은 달랐다. 그는 취임 후 한 번도 외국 정상에게 만찬을 내지 않았으며 점심 대접조차도 손에 꼽을 정도다. 단순 회담 또는 오찬을 겸한 회담이 전부였고 시간도 한 시간 남짓이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오찬을 했지만 회견장의 국기 배치와 빈약한 선물 등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의 경우 45분간의 회담 외에 식사나 공동기자회견은 없었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16일(이하 현지시간) 단독·확대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과 오찬까지 2시간 넘게 함께한 것을 놓고 ‘풀 코스 정상회담’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정상회담은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서 50분간 개최됐다. 기자회견은 로즈가든에서 20분 동안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로즈 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취임 이후 처음이다. 로즈가든은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 위치한 작은 정원으로 미국 대통령들이 외국 정상들에게 친밀감을 나타낼 때 사용돼 왔다. 기자회견은 CNN 등 미 전국 TV채널 5개사가 생중계했다. 두 정상은 백악관 내 ‘가족연회장(family dining room)’에서 단독 오찬을 하는 것으로 정상회담을 마무리했다.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를 숙소로 제공한 것이나, 미국 하원이 이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북핵 폐기 결의안을 채택한 것도 이 대통령에 대한 배려다.

◆오바마에게 사진집 선물=이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국의 사계절을 담은 사진작가 배병우씨의 사진집을 선물했다.

김윤옥 여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에게 온백자도화문 접시 세트를 증정했다. 온백자도화문 접시는 2005년 부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세계정상 만찬에서 사용된 식기 다. 오바마 대통령의 첫째 딸 말리아에게는 나비와 꽃 문양이 새겨진 자개보석함을, 둘째 딸 사샤에게는 전통 한복을 입은 테디 베어 인형을 선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저서 2권을 선물했다. 미셸 오바마는 김 여사에게 진주 다이아몬드 머리핀을 선물했다.

워싱턴=서승욱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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