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한달 - 김선일 피살] 정부, 이라크행 자제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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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 김선일씨가 지난달 22일 이라크 현지 무장단체에 의해 피살된 이후 정부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추가 테러사태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데다 정부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입국을 강행하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엔 반전운동가 L씨가 몰래 이라크에 입국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현재 이라크 인근 국가에 머물고 있는 또 다른 반전운동가 H씨도 현지 공관의 끈질긴 만류에도 "조만간 반드시 이라크에 들어가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일부 종교단체 소속 활동가들도 이라크 국경 부근에 머물며 입국 기회만 엿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일 긴급 비공식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숙의했다.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잠입 시도가 잇따라 추가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라크에 입국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차관보는 특히 종교단체에 자제를 촉구했다. "한국인이 선교를 목적으로 이라크에 입국할 경우 테러를 가하겠다는 매우 구체적이고도 신뢰할 만한 첩보가 입수됐다"는 새로운 사실도 공개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런 상황에서 선교를 목적으로 이라크로 들어가는 것은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선일씨를 살해했던 '일신과 성전'도 "이라크에서 기독교를 전파하려는 이교도를 우리가 죽였다"며 김씨 살해가 종교 문제와 관련있음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본지 7월 15일자 2면).

하지만 교민들을 강제출국시키거나 입국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교민들을 일일이 설득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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