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NLL 침범 파문 확산] 서해교전 '그 때 그 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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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북방한계선(NLL)이 또다시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남북한 사이뿐이 아니다. 국내 정치권에도 대치 전선을 만들고 있다. 14일 NLL을 넘어온 북한 경비정에 대해 우리 해군 함정이 경고 사격을 했다. 단순한 사건이면서도 교전 수칙의 준수, 교신 사실 보고 누락에 북한의 주장이 얽히면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4일 서해 NLL을 침범했다 우리 해군 함정의 경고 사격을 받고 퇴각한 북한 경비정은 2002년 서해교전 때 한국 고속정과 전투를 벌였던 바로 그 함정이다.


1999년 6월 연평해전 당시 해군의 포격을 받고 화염을 내뿜으며 퇴각하는 북한 경비정(右). 지난 14일 NLL을 넘어왔다가 퇴각한 등산곶 684호가 이 배로, 서해교전 때도 해군 함정과 교전한 바 있다. [국방부 제공]

19일 군에 따르면 14일 오후 황해도 등산곶을 출항한 뒤 "접근하지 말라"는 해군 함정의 무전 송신을 무시하고 NLL을 넘었던 북한 경비정은 등산곶 684호였다. 군은 이런 사실을 정보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산곶 684호는 2002년 6월 29일 NLL을 넘어 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역까지 들어와 해군 고속정 한척을 침몰시켰던 배다. 등산곶 684호는 당시 북 함정의 NLL 침범에 대응해 기동 중이던 해군 2함대사령부의 232 고속정 편대를 85㎜ 함포로 선제 공격했다. 북한의 기습 공격에 232편대 소속 참수리 357호가 침몰했다. 해군 장병 6명도 사망했다.

해군에 따르면 문제의 등산곶 684호는 연평도 인근에서 발생하는 NLL 침범 사태 때마다 자주 거론되는 '단골'이다. 이 배의 기지는 연평도와 마주 보는 황해도 등산곶에 있다. 등산곶 684호는 북한 서해함대사령부 8전대 소속이다.

2002년 서해교전 이전에도 NLL을 두차례 침범했다. 서해교전 이틀 전인 6월 27일엔 52분간, 28일엔 4시간 동안 남한 해역에 머물다 북상했다. 29일 이 배는 세번째로 NLL을 침범했다 해군 2함대사 함정들과 전투를 벌였다.

등산곶 684호는 1999년 연평해전 때도 등장했다. 이 함정은 서해교전 때엔 기습공격으로 해군에 큰 피해를 줬지만 연평해전 때는 반대였다.

99년 6월 15일 교전에선 해군 고속정과 초계함의 집중 공격을 받아 반파된 뒤 화염에 휩싸인 채 북으로 돌아갔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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