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위란토 차기대권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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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수하르토 퇴임에 이어 집권한 하비비 인도네시아 새 대통령이 24일 조기총선 방침을 천명하자 벌써부터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차기 대권을 누가 이어받느냐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집권층에 유리하도록 설계된 현행 선거제도 아래에서 선거가 치러질 경우 인도네시아의 실질적 최고 권력집단이자 정치권에도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군부가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수하르토 사임과 하비비 옹립, 그리고 군부내 친 수하르토파 제거를 통해 군부장악에 성공한 위란토 국방장관 겸 군총사령관이 대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위란토는 군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치개혁에도 전향적 자세를 보여 국민들 사이에서 인기도 좋은 편이다. 한때 수하르토 후계자설이 나돌았던 트리 전부통령도 군부 출신의 대권주자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수하르토 사위인 프라보위 전 전략사령관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야당계 인사의 정계진출을 상당폭 제한하고 있는 현행 선거제도가 헌법개정을 통해 개선될 경우 대선의 향방은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치엘리트 집단인 군부 동향에 맞서 지금까지 구심점 형성이 잘 되지 않았던 야권이 각자 후보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2천8백만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이슬람단체 무하마디야의 지도자 아미엔 라이스와 회원 3천만명의 또 다른 이슬람단체 나흐다툴 울라마의 압두라만 와히드 등이 유력한 후보다.

라이스의 경우 최근 인도네시아 사태와 관련해 지속적인 '반 (反) 수하르토' 입장을 천명,가장 유력한 야당 지도자로 자리를 굳혔다는 평이다. 반면 와히드는 광범위한 이슬람 지지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건강이 악화돼 대선후보로 나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밖에 전 인도네시아 민주당 (PDI) 총재이자 수카르노 전대통령의 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여사는 상징적 재야지도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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