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경제 이렇게 풀자]5.단기 실업증가 감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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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구조조정인가, 실업자 줄이기인가.

하루빨리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급증하는 실업자에 쫓겨 정부와 기업 모두 혼선을 겪고 있다. 특히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실업과 노사분규가 급증하는 가운데 구조조정은 속도를 얻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25일까지 새로 발생한 노사분규는 3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건을 크게 웃돌고 있다. 분규 참가자와 이에 따른 근로 손실일도 각각 3만9천49명.19만1천2백54일로 전년동기의 4천5백58명.2만7천9백98일보다 9배 가량 늘어났다.

이처럼 노사분규가 늘어나는 가운데 민주노총 등은 정경유착근절.재벌해체를 선행조건으로 내세워 지난 2월 합의했던 정리해고제도 자체를 부인하며 총파업 추진 등 강경노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자체 선거를 의식한 정부도 기업에 구조조정을 촉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해고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으며, 경제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외국인들의 투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혼선이 가시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이미 구조조정을 실업대책에 앞선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놓은 상황인 만큼 정치적인 부담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원칙과 입장을 분명히 세워 구조조정을 밀고 나가야 한다 (金秉柱서강대 교수) 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김대일 (金大逸) 연구위원은 "실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 및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되살려줘야 한다" 고 말한다.

대증적이고 일회적인 실업대책보다 기업과 금융기관을 먼저 살린 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결국 실업에 따른 고통을 줄이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실업자수를 줄이려는 것보다는 단기적 실업증가를 감수하더라도 구조조정기간을 단축해 경제를 보다 빨리 회생시키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이토 구니히코 (齋藤邦彦) 일본노동연구기구 이사장도 "어떤 실업대책도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다" 고 전제, "최선의 실업대책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실업 예방" 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기본적으로 해고 회피노력을 통해 실업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부득이할 때는 법적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고용조정을 해야 하며, 근로자도 물리적인 힘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徐萬植중앙노동위원회 사무국장) 는 지적이다.

손병수.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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