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과 숙고 기조’ 확인한 이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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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5일 라디오 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를 통해 내치(內治)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중요한 외치(外治)인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으로 출국하는 당일에 전파를 탄 이 연설은 이 대통령이 12일 녹음해둔 것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지난주 중반부터 참모들과 논의를 거쳐 연설문을 다듬었다”고 전했다.

이런 만큼 연설문의 주된 내용은 청와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일관되게 밝혀온 ‘경청과 숙고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안팎에서 많은 얘기를 듣고 있다” “언론에 투영된 의견이나 시중의 여론도 경청하고 있다” 등 표현을 써가며 다양한 여론을 수렴 중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방문(15~18일)을 끝낸 뒤 귀국해서도 많은 의견을 계속 듣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연설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여권발 당·청·정 쇄신론 제기 등에 대해 처음으로 나온 대통령의 육성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은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국정기조 변화나 인적쇄신 요구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일각에선 ‘6월 말 개각설’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설에 이 대통령의 구체적 쇄신 구상이 담긴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변화와 쇄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여론에 등 떠밀려 하는 쇄신은 곤란하다는 것도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민심은 여전히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다.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는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상대가 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정쟁의 정치문화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며 “이런 고질적인 문제에는 대증요법보다는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야당이 제기하는 ‘부자 정부론’을 언급하며 “사실 이 정부 들어와 추진한 감세의 약 70% 가까운 혜택은 서민과 중소기업에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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