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총파업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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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민주노총 (위원장 李甲用) 은 2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갖고 총파업 강행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파업을 선언하는 목소리치고는 그 어느 때보다 맥이 빠져 보인다.

열기가 그다지 뜨겁지 않은 것은 이날 대의원대회에 앞서 예정됐던 중앙위원회가 재적 1백명중 22명만 참석, 성원이 안돼 열리지 못한 데서도 느껴진다.대의원대회 역시 예정을 두시간이나 넘겨서야 겨우 정족수 (4백2명중 2백9명 참석) 를 채울 수 있었다.

27~29일 사흘간 전국 동시파업 계획에서 27일 4시간동안의 시한부 파업으로 강도가 떨어진 것도 민주노총이 스스로 '파업 동력' 이 부족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 강경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가능한 한 최대의 힘을 결집, 정부를 압박함으로써 2기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대정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와 함께 강경투쟁을 고집하는 주류와 노사정위 참여를 통한 협상을 주장하는 비주류간의 주도권 경쟁의 결과라는 것도 민주노총의 내부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강경 주류와 온건 비주류가 팽팽한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현 지도부 체제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총파업 강행 등 긴장국면을 유지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27일 파업은 강행될 가능성이 크지만 참여 정도는 금속과 공공.병원 등 강경 연맹 소속의 몇몇 주력 사업장에 그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현재로서는 대규모 정리해고가 예고된 현대자동차 노조가 폭풍의 핵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발표만 없었을 뿐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사실인데다 파업으로 정리해고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노조측이 인식하고 있어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다.

27일 파업의 참여율이 저조할 경우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2차 총파업 계획은 추후로 연기되거나 단순집회 등으로 변질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민주노총의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늦어도 다음달 6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방미 이전까지는 2기 노사정위를 가동시킨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측도 총파업뒤 노사정위 참여를 검토한다는 입장인 만큼 2차 파업을 합의 결렬의 경우로 유보하고 이때를 맞춰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훈범 기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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