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家의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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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수하르토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그 자신과 족벌경영으로 인도네시아 경제를 주물러온 친인척들의 향후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하르토의 사임발표 직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이슬람지도자 아미엔 라이스는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진실되고 공정한 법적 절차' 에 따라 그를 조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혀 사법처리를 추진할 것을 강력히 시사했다.

일부 학생과 시민들도 수하르토 처벌과 재산몰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군부와 민주세력의 역학관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수하르토 보호를 맹세한 군부의 보호막이 학생과 시민들의 처벌요구에 밀릴 경우 대개의 독재자들이 그렇듯 수하르토도 정치적 망명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의 3남3녀 자녀들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수하르토 체제 아래서 각종 특혜를 누리며 족벌경영으로 현재의 경제파탄을 초래한 것으로 지목돼 온 때문이다. 수하르토의 자녀들은 택시회사에서 정보통신업체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반을 지배해왔으며 총재산이 국민총생산의 절반에 가까운 4백6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포브스誌) . 이는 인도네시아가 국제통화기금 (IMF) 으로부터 지원받는 4백30억달러를 넘는 엄청난 액수다. 또 인도네시아가 안고 있는 6백60억달러의 민간외채중 30%가 이들이 차입한 것으로 드러나 수하르토 일족의 부정축재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그의 자녀들은 70, 80년대 철강.석유.곡물 등 기초원자재 유통을 정부 비호하에 독점, 축적한 부를 토대로 전력.자동차.비행기.금융 등 첨단분야로 진출했다.

차남 밤방 (45) 이 창립한 비만타라 그룹은 건설.무역.금융.통신 등에서 무려 50여개 기업을 거느리는 이 나라 여섯번째 재벌기업. 재계 서열 11위 시트라 그룹의 회장인 장녀 시티 하르디얀티 (49) 는 막강한 경제력과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됐었다. 이밖에 도박왕으로 불리는 장남 시지트와 훔푸스그룹 회장인 3남 후토모 (36) , 차녀 헤디야티.3녀 후타미도 형제들 기업에 주식소유 등을 통해 유형.무형으로 참여하며 부를 누려왔다.

이처럼 특혜와 부정부패로 이룩한 부는 이제 물거품이 될지 모르는 처지로 변하고 있다.

수하르토 일가는 또 1백40억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소문이 나돌아 이들의 재산처리 문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윤석준 기자 〈da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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