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 모금 빨면 동맥경화 한 걸음 다가오지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지방 섭취를 줄이고 담배를 끊어야 합니다.” "고지혈증 약은 고혈압처럼 꾸준히 먹어야 합니다.” 급증하는 심장병을 줄이기 위해선 생활습관부터 바꿔야한다고 강조하는 고토 교수(오른쪽)와 한규록 교수. [최승식 기자]


한국인 지방 섭취 급증…심혈관 위험 높아져

한규록 교수=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른 고열량·고지방식의 증가로 한국인의 혈중 지질 농도가 심각하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인이 섭취하는 총에너지 중 지방의 비율은 1970년대에 8.9%에서 80년대 9.6%, 90년대 13.9%, 2000년대엔 19%로 점차 증가 추세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면서 관상동맥·뇌혈관질환의 발생도 비례해 늘고 있다.

고토 교수=아시아인의 심혈관계 질환이 급증하는 것은 생활습관 변화 때문이다. 첫째로 식생활의 서구화다. 전통적인 채식 위주의 식단을 버리고 동물성 지방과 패스트푸드를 즐기고 있다. 둘째는 높은 흡연율이다. 한국 남성의 흡연율은 25.3%(15세 이상, 2005년 통계청)로 OECD 국가 중 제일 높다. 셋째는 운동량 부족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 중 60~80%가 운동량이 부족하다고 한다.

한=우리 몸속의 기름기는 크게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두 가지다. 또 콜레스테롤은 고밀도 콜레스테롤(HDL-C)과 저밀도 콜레스테롤(LDL-C)로 나뉜다. LDL-C는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해로운 콜레스테롤’이다. 반면 HDL-C는 혈관에 있는 콜레스테롤을 회수해 동맥벽을 보호해 주는 콜레스테롤 역수송 기능을 한다. 해로운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막아주는 항염증 기능도 하는 ‘좋은 콜레스테롤’이다.


성인은 공복 상태에서 총콜레스테롤은 150~220㎎, 중성지방 100~200㎎, HDL-C는 40㎎ 이상, LDL-C는 13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고토=미국인에 비해 한국인의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는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한국 여성의 LDL-C 수치는 미국 여성에 비해 높다. 고혈압·운동부족·과체중·나트륨 섭취가 늘고 있다는 증거다. LDL-C는 체내에서 산화돼 혈관벽을 통해 침투한 뒤 염증을 일으킨다. 이런 염증을 없애기 위해 혈관 안엔 대식세포와 림프세포가 출동한다. 대식세포가 산화된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포식해 부풀면서 거품세포로 변해 동맥벽을 손상시킨다. 그러면 혈액응고 물질이 혈관에 생겨 혈류의 흐름을 방해해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유발한다.

흡연 땐 중성지방 분해효소 줄어들어

한=흡연도 심혈관계의 위험인자다. 동맥의 내피세포는 필요에 따라 수축·이완을 하는데, 흡연이 이 기능을 떨어뜨린다. 혈관벽에 지질이나 대식세포의 침투를 막아주는 방어 기능도 저하된다. 흡연 연령이 낮아지는 것도 문제다. 어려서부터 담배를 피우면 그만큼 빨리 혈관이 망가져 동맥경화가 일찍 온다. 사춘기 때 동맥경화 질환이 생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고토=흡연을 하면 HDL-C 수치가 낮아진다. 중성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염증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성들 폐경 되면 심혈관질환 가능성 급증

한=남녀의 호르몬 차이에 따라 우리 몸의 지질 분포와 레벨도 달라진다. 남성은 내장지방이 잘 생기고, 여성은 피하지방이 많다. 하지만 여성은 폐경 이후에 피하지방이 줄어들고, 내장지방이 늘어나면서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 발생률이 높아진다.

고토=폐경 이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LDL-C 수치가 낮지만, 폐경 이후에는 반대로 된다. 또 여성의 HDL-C 수치도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가 폐경 이후에 여성호르몬이 줄어 역전된다. 폐경 이전까지 심혈관 질환에 대한 위험도가 남성보다 낮지만, 폐경 이후 남성들과 비슷한 상황이 된다.

고토=어느 질병이든 예방이 치료보다 중요하다. 스타틴 계열 약은 심혈관 질환의 예방·치료에 모두 효과가 있다. 콜레스테롤군 수치가 정상인 남녀 1만8000명을 대상으로 투여군과 위약군을 비교한 연구에서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투여군이 위약군보다 입원 기간이 44%나 줄어드는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

운동, 식생활 조절, 스타틴 계열 약으로 예방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으면 LDL-C 수치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또 생활습관을 바꾸고 식생활을 개선하고, 운동량을 늘려도 유전적인 요인으로 수치를 낮출 수 없을 때 스타틴 제제가 도움이 된다. 아울러 식사·운동요법을 병행하면 치료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스타틴 제제와 혈압약의 투여량을 줄일 수도 있다.

한=이 같은 고지혈증 약은 혈압 약처럼 꾸준히 계속 복용해야 한다. 콜레스테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억제하는 기능을 해서 고지혈증을 조절하는 것이지 완전히 없애주는 치료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고토=트랜스지방도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 중 하나다. 음식물의 가공 과정이나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포화지방산이 포화지방산이나 동물성지방산 같은 성분으로 변한다.

한=협심증은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하지만 잘 조절되지 않거나 불안정한 양상을 보일 때는 좁아진 혈관 부위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관상동맥 중재술이나 아예 혈관 부위를 우회하는 관상동맥 우회술을 시행한다. 최근엔 약물 방출 재협착을 획기적으로 방지하고 있다.

심근경색증은 아스피린과 베타차단제와 같은 기본 약물 투여와 함께 적절한 시간 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용해제를 주사해 혈관 부위의 혈전을 녹인다.

고토=식생활을 개선하고, 금연·적정한 음주가 심장을 보호하는 길이다. 나도 채식과 어류 위주의 식단, 버터나 동물성 기름 대신 식물성 기름과 저지방 우유를 섭취하고 있다. 매일 40분 정도 걷고, 평소 활동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일정한 시간 일로부터 벗어나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

정리=고종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심혈관질환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