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조치훈 본인방 10연패 이룰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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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조치훈대 왕리청 (王立誠) 의 본인방전이 다가오고 있다. 이달 21, 22일 양일간 중국 상하이 (上海) 의 신민호텔에서 개막되는 일본 본인방 (本因坊) 타이틀전에 과거 어느때보다도 긴장된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의 1인자 조치훈9단은 올해 '본인방 10연패' 와 '3년 연속 대삼관 (大三冠)' 이란 전무후무의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趙9단은 이미 랭킹1위의 기성 (棋聖) 전에서 요다 노리모토 (依田紀基) 9단의 강력한 도전을 뿌리치고 방어에 성공했으니 남은 것은 명인전과 본인방전. 바둑계의 예상으로는 일본에 요다 이상의 특별한 강자가 없는 상황이기에 기록달성은 무난하리란 전망이었다.

그러나 하늘도 이 기록에 시샘을 하는 것일까. 랭킹3위인 본인방전의 도전자로 趙9단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왕리청 (王立誠.40) 9단이 선발되는 바람에 조치훈 진영엔 돌연 위기의 사이렌이 울려퍼지고 있다. 王9단은 또하나의 3대타이틀전인 명인전 본선에서도 4연승을 거두며 선두를 달리고 있어 도전권 획득이 유력하다.

대만국적의 일본기원 기사 王9단은 최근 LG배세계기왕전에서 유창혁9단을 3대2로 꺾고 우승하면서 국내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그러나 프로생활 26년간 7번기 (일본은 3대 타이틀전만 7번기로 치른다) 를 한번도 두어보지 못한 기사니까 분명 정상급은 아니었다.

王9단은 그러나 조치훈에게만은 이상할 정도로 강해서 통산 상대전적에서도 17승17패라는 막상막하의 전적을 거두고 있다. 95년엔 조치훈의 왕좌 타이틀에 도전하여 3대0으로 타이틀을 뺏어간 일도 있다.

이런 관계 때문에 王9단이 도전권을 잡기만 하면 조치훈도 위험하다는 설이 오래 전부터 떠돌았으나 王9단은 다른 기사들에게 약해 3대타이틀전에선 단 한번도 도전권을 잡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王9단은 강한 완력과 접전을 주무기로 하는데 이 스타일이 유연하고 이론적인 일본바둑에는 잘 먹혀들지 않는 대신 조치훈의 강렬한 타개바둑에는 천적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 王9단이 어느날 갑자기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올해 들어 무풍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본인방전에서 꿈에 그리던 도전권을 움켜쥐었고 랭킹7위의 작은 기성 (碁聖) 전에서도 王은 조치훈을 포함 4명의 강자를 연파하고 준결승에 올라있다.

랭킹5위의 천원전에선 8강에 올라 조치훈과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명인전 본선에선 4연승으로 압도적인 단독선두. '불패왕' 처럼 종횡무진하는 왕리청은 올해 21승6패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趙9단은 10승8패로 부진하다.

분명 趙9단의 앞길은 가시밭길로 보인다. 그러나 趙9단은 제한시간 8시간짜리 이틀 바둑에 관한한 세계1인자로 정평이 나 있는데 반해 王9단은 이틀바둑을 처음 두어본다는 약점이 있다.

본인방전은 지금까지는 조치훈과 다카가와 가쿠 (高川格) 9단이 9연패로 타이기록을 갖고있으며 우승상금은 2천5백만엔 (円) 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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