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개각·군인사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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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수하르토 대통령이 18일 단행한 부분적인 개각과 군인사는 외형상 측근의 각료임명 배제와 군부의 친정체제 강화로 요약된다.

즉 내각 등 정치권개혁요구는 수용하되 자신을 지탱할 군의 장악을 강화해 '하야' 요구를 일축하겠다는 의사표현인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들과 야당 등 반 (反) 수하르토 진영은 그가 물러나지 않는 한 사태해결은 요원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사태해결보다는 사태악화를 부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큰딸 시티 하르디얀티 사회복지장관을 경질한 것은 이같은 수하르토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상징적인 대목이다.

하르디얀티는 사트라람토로 그룹의 총수로 인도네시아 부동산과 도로관리.금융산업 등에 깊숙이 관련해 개인재산만 2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부를 축적, 국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돼왔다.

또 자신의 금고지기이며 골프친구였던 모하메드 봅 하산 무역산업장관과 아들의 친구인 하르모토 내무장관을 경질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주장을 부분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경질될 것으로 예상했던 위란토 총참모장 겸 국방장관을 유임시키고 치안질서유지사령관까지 겸하도록 한 것은 군의 동요를 막으려는 뜻으로 분석된다.

현 정권유지에 가장 중요한 버팀목인 군의 분열은 자신의 하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자신의 사위인 프라보위 전략예비군사령관을 승진시켜 육군참모총장에 임명한 것은 군 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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