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힘내세요 사장님' 어려운 중소기업에 온정 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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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세상이 어려워서인지 요즘 TV에는 '구세주' 격의 프로그램이 많다. KBS1 '사랑의 리퀘스트' 나 MBC '실업기금모금' 처럼 어려운 사람들에게 시청자의 도움을 연결해주는 것들이다.

ARS를 이용해 시청자가 전화를 하면 자동으로 1천원을 기부하게 돼 있다.

KBS1 '힘내세요 사장님' (일 오후5시5분) 도 같은 부류의 프로다. 어려운 상황에 빠진 중소기업들을 소개하고, 여기에 시청자들의 도움이 쏟아지도록 만든다. 이 프로는 이모저모로 중소기업의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전화 한 통 한 통에 실린 시청자들의 도움은 기본이다.

그에 못지않는 독지가들의 정성도 쏟아진다.

같은 종류의 다른 프로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1월11일 첫방영부터 5월3일 17회까지를 보면 '힘내세요…' 에는 ARS로 11억7백52만원이 모였다.

독지가의 지원도 그 3분의 2수준인 7억3천9백17만원에 이른다.

미화 10달러를 보내온 사람에서부터 7천만원을 쾌척한 경우도 있다. 독지가의 손길은 첫회부터 이어졌다. 당시 소개된 것은 한양유신정기. 미국에서 기계 납품 주문은 받았으나 기계를 배에 실어 보낼 돈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재미교포 사업가 최준홍씨가 보았다. 우리나라에 잠시 들렀다가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3시간 전. 당장 방송사에 연락해 회사 대표를 김포공항으로 나오게 했다. 그리고 선뜻 5만달러 (당시 약 7천만원) 를 건넸다. 한양유신정기는 지금 30만불 수출계약을 맺고 수출 유망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어려움을 딛고 일어섰다. 현금 뿐 아니라 은행의 채무 상환연기, 국내의 구매요청도 이어진다. 종업원들이 라면을 먹으며 작업하는 모습에 쌀1가마를 보내온 사람도 있다. '힘내세요…' 출연은 수출에도 도움이 된다.

방송 내용을 녹화해 홍보 자료로 쓴다.

이를 바이어에게 보여주는 것이 수출 계약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출연 기업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쯤 되면 출연 신청도 몰릴 터. 제작진은 "수출 기업, 국제 공인을 받은 기업 등으로 출연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겠다" 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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