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다양성과 상호보충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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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다양성을 부인하고 획일성만 지향한다면 교육이나 가정이나 사회나 국제관계도 모두 성공할 수 없다.교육에 있어서도 하나의 기준으로만 모든 것을 평가하면 다양한 특성을 가진 피교육자가 희생당하기 쉽다.

다양한 시간과 공간, 다양한 환경, 다양한 방법, 다양한 특기가 살려지는 교육을 하자는 취지가 근래 한국 교육개혁의 방향중에도 중요한 내용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정고교, 특정대학, 특정한 방법만이 유일하게 선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생활을 선도하는 교육을 효율적으로 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그 방법이야 일정한 양식에만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골자다. 근래엔 사이버대학의 가능성이 시공간을 초월한 혁명적 교육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종교도 다른 종교의 다양성과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지나치게 배타적이고 편협하게 진행될 때는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유발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배경이 다른 종교들이 인류의 공동선이라는 지상목표를 상실하고 평화와 공동선의 실현에 장애로 남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인류사회는 상호 의존적이고 상호 보충적이라는 관점이 기저를 이룰 때 비로소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일치와 조화에 이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의미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용하는 지혜를 터득한다면 우리는 다양성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발전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다양성을 배움의 근거로 삼는다면 우리의 시야는 그만큼 넓어질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교육도 하나의 기준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사물을 살려나가면서 보자는 것이다. 한 가정을 보더라도 가장의 생각 하나에 가정이 움직인다면 민주적이라 보기 어려우므로 어머니나 아이들의 생각이 들어갈 틈도 주어져야 한다.

일치와 조화는 일방적 획일적이어서는 안되고 다른 것들의 다양한 색깔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제각기 다른 음색들을 갖추고 일치와 조화를 이뤄야 더 아름다운 화음을 형성하는 것과 같다.

개성과 색깔은 분명히 다르면서 화합하는 일이야말로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것은 반드시 충돌하고 갈등하는 것처럼 잘못 생각하기 쉽다.

물론 약간의 충돌과 갈등은 일치와 조화를 이루는 데 방해롭지 않다. 문제는 그것이 극복되지 않고 앙금으로 남아 있는 경우다.

교육에서의 다양성에 대한 수용과 활용은 상호 일치하면서 상호보완적인 생각을 가꿔 나가는데 중요하다. 가정에 있어서 세대차이도 문제다.

부모 세대는 자녀 세대의 신사고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의 경험과 지혜에 의해 보충받을 생각을 해야 다양성이 자리를 잡게 된다.

학생운동의 경우에도 사고의 다양성 상실은 사회발전을 크게 저해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해 보충받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일치와 조화에 대한 의식은 국력을 키워나가는 데도 필요하다. 획일화는 국력신장의 면에서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사회주의권의 실패도 그러한 데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다양성은 세계성과도 통한다.

세계화라는 말 속에는 다양성에 대한 수용이 그 중요내용으로 자리잡지 않을 수 없다. 국제적 다양성에 대한 수용없이 21세기 세계화는 어려운 것이 아니겠는가.

국제관계는 다른 인종, 다른 문화의 수용과 이해속에서 이뤄지는 관계이므로 다양성에 대한 가치존중이 요구된다. 다양성에 대한 가치존중의 정신없이는 좋은 국제관계가 이뤄질 수 없다.

정치적.경제적.군사적 국제화를 통해서 우리는 국력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근래같은 경제공황 속에서도 다국적 기업 또는 국내의 외국 기업이 갖는 매력이 크며 경제안정에 도움이 된다. 이렇듯 우리는 상호유대 속에서 발전하므로 순수한 우리 것만을 고집하는 분야도 있을 수는 있으나 다른 것에 대한 넓은 수용과 배움의 태도가 겸해 있어야 참다운 경쟁력이 나온다.

상호의존성과 상호보충성의 인식 그것이야말로 사회 문제해결의 중요한 열쇠다.

송천은 원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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