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와 사람들]한하운·이청준 절규어린 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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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새끼 사슴의 형상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섬 소록도 (小鹿島) 엔 나환자들의 애환에 얽힌 많은 사연들이 숨쉬고 있다. 육지로부터 배로 불과 5분거리에 있는 소록도병원은 일제치하에서 나환자들을 사회와 격리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던 자혜의원으로 출발했다.

나병환 시인이었던 한하운 (韓何雲) 은 '전라도길 - 소록도 가는 길에' 라는 시에서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발가락이 또 한개 없다' 라며 나환자들의 아픔을 노래하기도 했다.

작가 이청준 (李淸俊) 은 76년 발표한 소설 '당신들의 천국' 에서 60년대 초반 고흥군 봉암반도와 풍양반도를 잇는 간척공사에 동원됐던 나환자들의 고초를 다루기도 했다.

소록도와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또 한사람은 94년 작고한 신정식 (申汀植) 박사. '소록도 슈바이처' 라 불렸던 申박사는 병원장으로 부임한 74년이후 20여년간 나환자 치료에 헌신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병역시비에 휘말린 이회창 (李會昌) 씨의 아들 정연 (正淵.37) 씨는 올 3월까지 6개월간 자원봉사자로 머물렀다.

한편 여기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간호학교 출신인 백안의 노수녀 마리안느 스퇴거 (64) 와 마거릿 피사렉 (63) 수녀가 30년 넘게 나환자들의 손발이 돼 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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