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목사 천명 넘어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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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나라의 여성목사는 몇 명이나 될까. 이 물음에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도 여자 목사가 있던가" 라거나 "많아야 수십명이겠지" 라고 대답할 것이다.그러나 뜻밖에도 여자 목사는 1천명이 넘는다.

현재 굵직한 교단 중에서 여성들에게 안수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있는 곳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정도.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 (순복음) 도 올해 들어 '교회헌법' 을 개정, 여목사 25명을 탄생시켰다.

교단별로 여성목사 수를 보면 기독교대한감리회 1백86명, 한국기독교장로회 95명,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75명, 대한예수교장로회 (보수개혁) 50명,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중앙) 2백50명, 대한예수교장로회 (중앙) 3백20명 등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군소교단까지 합하면 1천명을 크게 웃돈다.

여성목사문제가 한차례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것은 지난 96년. 개신교 최대 교단의 하나로 보수적 색채가 강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서 당시 울산시 동신교회의 전도사이던 박진숙 (38) 씨를 교단내 여목사 1호로 배출했을 때였다. 예장 (통합) 측의 결정은 이미 여성목사를 인정한 교단이나 문을 닫고 있던 교단 할 것 없이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여성목사들 중 남성목사들처럼 사회적으로 두드러진 인물은 없다. 그러나 교단 내에서는 목소리를 크게 높이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조용순목사의 경우 경기도광주군도척면의 노곡교회를 20여년동안 이끌면서 개척교회를 18개나 세우고 해외선교사 파견에도 적극적이어서 교단내에서는 이름이 높다.한국개신교 신자의 70% 정도를 이루는 여성들도 그동안 남성목사를 선호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여성신자들도 최근 들어 여성문제 등에 눈을 뜨면서 여성목사의 역할을 다시 평가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남성목사를 선호하는 분위기는 여전해 개 (個) 교회의 청빙 (聽聘) 이 목사안수의 조건인 교단에서는 여성목사의 진출이 더딜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는 목사가 될 수 있는 다른 자격을 다 갖추고도 개교회 청빙을 얻지 못해 대기하고 있는 여성전도사들이 3백60여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개신교를 통틀어 여성목사 1호는 기독교감리회에서 1955년 안수를 받은 전밀란목사 (작고) .기독교감리회는 창설되던 해인 1935년부터 여성에게도 문호를 열었으나 사회분위기 등으로 정작 여자 목사가 탄생하기까지는 그러고도 20년의 세월이 더 걸린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KNCC) 의 이문숙여성부장은 여성목사 증가의 배경을 70~80년대 민중신학.해방신학과 같은 맥락에서 비롯한 여성신학에서 찾는다.

성서연구에 역사비평적 방법론을 도입해 여성의 시각에서 성경말씀의 본래 뜻을 찾아낸 결과라는 해석. 예를 들어 '하느님 아버지' 라던 표현을 찾아보기 힘들게 된 것도 그런 노력의 결실이다.

정명진 기자

〈m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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