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연속 무역 흑자 행진이 널뛰던 원화값 안정시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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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이 당초 우려와 달리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달엔 북한의 돌출 행동과 시국 불안 등 나라 안팎에서 악재가 겹쳤다. 정부와 시장은 혹시 지난해 금융위기 발발 직후처럼 외화 차입이 막히고,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기우에 그치고 있다.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1200원대 중반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 신용지표로 쓰이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5년물 기준) 프리미엄은 10일 1.55%포인트로 5월 말과 큰 차이가 없다. 투자자들이 정치 상황이나 돌발 변수에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들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현 수준으로 유지했다. JP모건은 최근 “한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2%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화 차입 여건은 요새가 가장 좋은 편이다. 11일 뉴욕시장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발행하는 5년 만기 채권을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몰려 당초 5억 달러로 잡았던 발행 규모를 10억 달러로 늘렸다. 금리도 올 들어 국내 금융사와 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한 달러표시 채권 가운데 가장 낮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이 소식을 전하며 “한국 기업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를 확보할 수 있는 주요 원천인 무역흑자도 계속되고 있다. 5월 무역흑자는 51억 달러로 넉 달째 흑자를 이어갔다. 비록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하면서 생긴 ‘축소형 흑자’라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달러가 들어오는 것은 외환시장과 원화가치를 안정시키는 특효약이다.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의 주식과 채권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11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695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닷새 연속 순매수 행진이다. 채권시장에서도 이달에만 1조271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오히려 수출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세계경제 침체에도 수출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줄어든 것도 원화가치가 떨어진 덕분이었다. 외환시장의 빠른 안정으로 원화가치가 다시 오르고 있어 수출 기업의 고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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