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 배출량 표시하시오 … 첫선 보인 ‘온실가스 라벨’ 상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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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환경부가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 초 ‘온실가스 라벨’을 제품에 부착할 수 있는 ‘탄소성적표지제도’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4월 15일부터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 매장에 제품의 생산·유통·폐기 과정에서 발생되는 CO₂ 배출량을 표시한 상품이 첫선을 보였다.

현재(6월 2일 기준) ‘온실가스 라벨’을 부착한 제품은 16개 업체의 35개 품목에 이른다. 탄소성적표지제도의 도입 배경과 성공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온난화 방지의 첫걸음=올해는 유엔이 정한 ‘기후 변화의 해’다. 지구온난화가 몰고 올 재앙을 막기 위해 세계인이 역량을 모아야 할 때임을 강조한 말이다. 게다가 온난화에 대한 우리나라의 책임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1960~2005년까지 배출한 CO₂ 누적량이 90억8000t으로 세계 16위다. 우리나라는 지금껏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인정받아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었다. 교토의정서가 실효된 2013년부터는 선진국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탄소성적표지제도는 기업의 자발적인 신청을 받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CO₂ 배출량을 조사해 인증을 내주는 방식이다. 온실가스 라벨을 부착하려면 CO₂ 배출량과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제출하는 등 기후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자세를 보여야 한다. 소비자들은 라벨만 보고도 손쉽게 친환경 소비에 동참할 수 있어 온난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선진국의 사례=유럽과 북미, 일본 등 선진국은 ‘친환경·저탄소’ 정책을 기업의 생존 키워드로 인식하고 있다. 2007년 세계 최초로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표시를 시작한 영국은 세제, 전구, 감자, 오렌지주스, 의류 등 다양한 제품에 탄소 감축 라벨을 부착하고 있다. 운반 과정에서 비행기가 사용된 제품은 따로 표시한다. 배나 자동차를 이용한 것보다 탄소 배출량이 훨씬 많기 때문에 비행기 마크가 붙은 제품은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탄소 라벨 부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식재료의 생산·운송·소비되는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을 표시하는 ‘푸드마일리지 라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전문가들은 당초 기후변화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높아 온실가스 라벨의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쌀이나 과일, 고기 등 소비자 반응이 민감한 농·축산품이 제외돼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홍보도 미흡했다. 자동차나 세탁기, 컴퓨터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고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부터 온실가스 라벨 부착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박형수 기자

※도움말:최열 환경재단 대표, 양승옥 환경부 기후협력팀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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