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세돌 3연패냐 쿵제의 반란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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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세돌(사진左) 9단이 21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 올라 중국의 쿵제右 7단과 패권을 다툰다. 이창호 9단은 쿵제에게 져 아쉽게도 이창호-이세돌의 빅매치는 성사되지 못했다. 결승전은 12일 오후 2시부터 단판 승부로 열리고 KBS-1 TV에서 생중계한다. 이세돌 9단은 우승하면 대회 3연패에 성공한다

TV아시아선수권은 한국·중국·일본의 TV 속기 우승자·준우승자 6명과 이 대회 전년도 우승자 7명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손’을 가리는 대회. 그러나 이보다는 이달 30일자로 1년 반 동안 ‘휴직’에 들어가는 이세돌 9단의 마지막 대회라는 점에서 출발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징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 이세돌은 LG배와 후지쓰배에서 연속 탈락했고 물가정보배에선 한웅규 초단에게도 졌다. 그는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쳐 대국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임을 밝히며 결국 지난 8일 휴직계를 냈다.

전성기를 맞고 있는 한국 바둑의 일인자가 과연 1년 반 동안 휴직해야 하는 것인지, 7월 2일로 예정된 한국기원 이사회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또 이세돌 징계안을 통과시킨 한국기원 프로기사들과 이에 상처받고 휴직이란 강수로 대응한 이세돌 사이의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풀려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하나도 없다. 말하자면 ‘이세돌 문제’는 휴직계 제출과 더불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비록 심신이 지쳤다지만 이세돌은 누구보다 기질이 강한 승부사이기에 이 대회에서 뭔가를 보여 줄 것이란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한국은 KBS바둑왕전 우승자 이창호 9단과 준우승자 강동윤 9단, 그리고 전년도 챔피언 자격으로 이세돌 9단이 출전했고 이세돌은 시드를 받아 곧장 준결승에 나섰다. 9일 1회전에 나선 한국 바둑의 새 강자 강동윤 9단이 중국의 쿵제 7단에게 불계로 지면서 초반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10일 이창호 9단이 일본의 유키 사토시 9단을 불계로 꺾었고 곧이어 이세돌 9단이 엄청난 파괴력으로 중국의 저우허양 9단의 대마를 몰사시키며 결승에 올랐다. 이창호 9단이 쿵제를 꺾는다면 이창호-이세돌의 대결이 성사되는 상황까지 왔다. 그러나 이창호는 11일 281수까지 가는 격전 끝에 백으로 2집 반을 졌다.

이세돌 9단이 12일 결승에서 맞설 쿵제 7단은 중국 랭킹 2위의 강자다. 상대 전적에선 이세돌 쪽이 5승2패로 앞서고 있지만 속기엔 몹시 강한 면을 보이고 있어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 올해 삼성화재배 결승에선 이세돌이 2대0으로 승리했고 지난달 벌어진 LG배 32강전에선 쿵제가 이겼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이창호 9단이 3회, 조훈현 9단과 이세돌 9단이 각각 2회 우승한 바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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