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

중앙일보

입력

마른 사람보다는 통통한 체격의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미야기(宮城)현의 40세 이상 주민 5만 명을 12년간 추적조사한 결과다. 연구팀은 비만도를 나타내는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조사 대상자들을 ^마른 체형 ^보통 ^통통한 체형 ^비만의 4개 그룹으로 분류해 40세 시점에서 이들의 남은 수명을 산출해냈다.

분석결과 40세 때 보통체중(BMI 18.5~25 미만)인 남성의 남은 수명은 평균 39.94년, 여성은 47.97년이었다. 마른 사람(BMI 18.5 미만)의 남은 수명 추정치는 남성이 평균 34.54년, 여성은 41.79년이었다. 반면 통통한 체격(BMI 25~30 미만)은 남성 41.64년, 여성 48.05년으로 가장 길었다. 비만(BMI 30 이상)인의 경우 남성의 평균 남은 수명 추정치는 39.41년, 여성은 46.02년으로 보통체격과 비슷했다. 질병 등으로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는 통계에서 제외했다.

조사결과만 놓고 보면 통통한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평균 6~7년을 더 오래 산다는 얘기다. 복부 비만 등으로 고생하는 현대인들이 건강하게, 더 오래 살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현실과 충돌하는 결과에 “과히 충격적인 결과”라고 신문은 전했다. “지나친 다이어트 열풍에 대한 경종”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마른 사람 중에 흡연자가 많고, 마른 사람일수록 감염증에 걸리기 쉽다는 가설 등 여러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했지만 체격과 수명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명확한 근거는 대지 못했다. 연구를 담당한 구리하라 신이치(栗原進一) 부교수는 “억지로 살을 찌운다고 수명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비만인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조사대상자 중 비만그룹의 40세 이후 평균 의료비 부담액은 남성이 1521만엔(약 1억9000만 원), 여성은 1860엔(약 2억3000만 원)으로, 마른 그룹의 1.3배에 달했다. 비만일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성인병은 물론, 각종 질병의 치료기간이 더 길어 의료비 지출이 더 많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뇌졸중 위험도 비만일수록 높았다. “병원 한번 안가고 건강한 사람보다 평소 병원출입이 잦은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옛 어른들의 말이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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