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생방향 심포지엄]인수 쉽게 회사정리법 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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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화의.법정관리 기업의 제3자 인수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관련 법규를 개정하겠다." 대법원은 12일 전국 회사정리부 재판장 38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와 효율적인 기업갱생 방향' 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법원 입장을 이같이 정리했다.

법원은 이를 위해 정리회사의 조사보고서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인수.합병 (M&A) 을 희망하는 기업들에 제공하는 한편 보전관리인으로 주거래은행 임원을 선임, 인수 희망기업 물색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법원은 또 정리계획에 따라 신주를 발행하면서 신주 인수인을 공개모집할 수 있도록 대법원 예규를 개정, 기업 M&A 시장에서 정리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엔 전경련.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로펌 (법률회사).은행감독원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참가해 도산관련법 시행방향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회사정리절차 개시기준 = 김&장 법률사무소 조대연 변호사는 " '공익성' 대신 '경제성' 만을 회생가능기업의 일률적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은 법규범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이라며 "우리 현실에서는 최소한의 '공익성' 에 대한 고려는 있어야 할 것" 이라고 개정 화의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 한국개발연구원 (KDI) 연구위원은 " '공익성' 을 기준으로 삼게 되면 무한경쟁이란 시장원리에 반해 부실기업에 불합리한 지원을 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며 "산업.자원의 효율적 재편인 기업퇴출을 위해 더욱 철저히 '경제성' 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고 맞섰다.

◇대기업의 화의신청 기각 특례 = 김태일 전경련 이사는 "대기업의 화의신청을 어렵도록 한 개정 화의법 19조2항의 특례조항은 '경제성' 대신 오히려 '공익성'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개정취지에 맞지 않는다" 고 비판했다.

그러나 임시규 법원행정처 판사는 "화의법의 본질은 채권.채무자 사이의 협의를 통한 기업재건에 있으므로 대규모 기업은 이에 적절하지 않다.

특례조항은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대기업의 화의신청이 남용되고 있는 것과 금융기관의 의사결정이 불합리하게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정리절차에서의 경영권 유지문제 = 유승민 KDI연구위원은 "앞으로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으며, 새로 설치되는 관리위원회가 사외이사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는 의견을 냈다.

김태일 전경련 이사는 이에 대해 "우리 기업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불확실한데다 사주의 존재가 회사갱생에 큰 의미를 가지므로 일률적으로 구사주를 경영에서 배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고 주장했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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