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추락]기능상실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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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12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9.72포인트 하락한 351.86으로 연중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오전 한때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50선이 무너지면서 투매분위기까지 나타났다.

지난 9일 현재 고객예탁금 은 2년2개월만에 2조원을 밑돌았고 신용융자 잔고는 5천억원에 못미쳐 지난 88년 5월 이후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의 시장기능마저 상실될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번지고 있다.

이는 다시 외국인 투자의 증시 이탈 가속화와 나아가 원화환율 불안 및 금리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감이 팽배, 국내 금융시장이 급속 냉각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환율.금리는 12일 대체로 옆걸음을 쳤지만 최근 불거져 나온 무디스의 국내은행 신용등급 하향조정, 선물시장에서의 원화환율 급등,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한국물 가격 폭락 등과 맞물려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증시는 수급악화.정국경색.노동계 불안으로 이미 악재로 사면초가를 맞고 있는 터에 다음달 말로 예정된 기업구조조정과 6월말의 금융기관 구조조정 발표와 함께 '살생부 (殺生簿)' 까지 나돌면서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 결과적으로 주가 급락을 가져왔다. 특히 이달 들어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 주가급락의 근본 이유가 됐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주식 4조5천억원, 채권 3조5천억원어치를 사들였던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11일 현재 주식 5백16억원, 채권 4백7억원어치를 팔았다.

고객예탁금.신용융자잔고 등 증시지표들이 IMF사태 직후 때보다 더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12일 현재 액면가 (5천원) 를 밑도는 종목이 5백70개 (전체의 59.94%) , 1천원 이하 주식이 2백6개 (21.66%)에 달하는 등 증시 체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다.

게다가 지난해 12월24일 소위 IMF저점 (지수 351포인트) 당시 주가수준에도 못미치는 종목이 5백99개로 전체의 63%에 달하고 있다.

이정재 기자 〈 jjy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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