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신간] “삶의 갈증 느끼는 이들에게 작은 휴식 줬으면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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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한 청년이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읽었다. “조나단, 정말 날고 싶니?” “네, 날고 싶어요.” “네가 그토록 날고 싶다면 너는 네가 속해 있었던 갈매기 떼를 용서하고, 많은 것을 배워서 언제든 그들에게 돌아가 그들이 지금의 너와 같이 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높이 나는 새만이 멀리 볼 수 있단다.” 이 구절은 청년의 가슴에 박혔다. 그리고 청년은 신학교에 들어가 사제가 됐다. 그가 바로 천주교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다.

이제 허 신부가 사제가 된 지 25년이 됐다. 각종 매체에 칼럼과 에세이를 실으며 ‘글쟁이 사제’로도 유명한 허 신부가 그간에 썼던 글을 모아서 『신부님, 손수건 한 장 주실래요?』(가톨릭출판사, 8000원)를 펴냈다. 그는 책에서 가슴 깊숙이 담아두었던 기도와 눈물과 사연을 털어놓는다.

곧 세례를 받을 예정인 한 부인이 허 신부를 찾아왔다. “신부님, 저는 주님의 딸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세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죄를 너무도 많이 지었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죄입니다.” 그리고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허 신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죄인을 구원코자 주님이 오셨다”는 얘기도 설득력이 없었다. 허 신부는 한참 후에 그 부인을 데리고 성당으로 올라갔다. ‘하느님이 직접 말씀하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캄캄한 성당, 십자가 아래서 부인은 무릎을 꿇었다. 그걸 보고 허 신부는 밖으로 나왔다. 이튿날 부인이 찾아와 말했다. “세례를 받겠습니다.” 허 신부는 그날 주님께서 뭔가 말씀을 하셨으리라 믿는다. “사랑하는 딸아! 너는 나의 딸이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위해 내 생명을 바쳤다.”

책에 담긴 사연의 구비 마다 ‘주님의 숨결’이 언뜻언뜻 비친다. 허 신부는 그걸 고이 접어 독자에게 내민다. 택시비가 없어 비서신부에게 몇천 원을 빌리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기억도 따뜻하다. 정진석 추기경은 “부디 삶의 갈증을 느끼는 이들에게 작은 휴식과 기쁨, 참생명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추천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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