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뮤지컬 '그리스' 주인공 대니역 유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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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리스 (grease.머릿기름)' 를 발라 뒤로 넘겨세운 머리에 가죽점퍼. 껄렁한 외모만큼이나 여자를 밝힐법한 기질. 뮤지컬 '그리스' 의 남자 주인공 대니는 외견상 '날라리' 로 분류되는 고교생이다. 그러나 무대 밖의 대니, 뮤지컬 배우 유준상 (29) 은 훤칠한 체격에 예의가 바른 보통 젊은이다. 그의 이런 기질 탓일까. 98년판 대니는 과거의 대니들, 예컨대 95년의 국내공연이나 78년도 존 트라볼타 주연의 영화에 비해 '범생이' (모범생)가 아니냐는 입소문이 돌기도 했다.

"예전의 작품들을 일부러 다시 꺼내보지 않았어요. 거기에 얽매이기 싫어서죠. 제가 하는 대니는 무게를 많이 뺐죠. 요번 호암아트홀 공연에서요? 예술의전당 때와는 또 좀 다르게 약간 힘을 줘보려고 해요. 왜냐구요? 그게 배우니까. 같은 공연도 매일 조금씩 다르게,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게 배우의 매력이자 힘든 점이죠. "

'그리스' 의 주연은 대니와 그 상대역인 여학생 샌디지만 요즘 무대에 올라있는 '그리스' 는 그 주위의 조연들이 보여주는 탄탄한 실력이 오히려 화제가 되고 있다. 어깨에 힘이 덜 들어간 대니의 모습 역시 출연진 전체가 이런 앙상블을 이루는 데 힘이 되고 있는 셈이다.

기존보다 한층 철든 모습의 대니가 등장한 데는 역시나 배우 자신이 배역 못지않은 방황의 시기를 거쳤던 경험도 한몫한다. 중.고교시절부터 머리기르고, 담배피우고, 나팔바지 입고 다녔던 탓에 대니에게 한결 애착이 간단다.

"대니는 외모는 껄렁해도 내면은 여리고 착한 아이거든요. 90년대 미국은 교실에서 총쏘고 이러잖아요. 50년대 미국얘기라고는 해도 공주병.왈가닥.진로고민 등이 오히려 지금의 우리 고교생과 더 닮아있을 겁니다. "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던 무렵부터 키워온 것이 뮤지컬 배우의 꿈. 혹시 앞으로 방송될 김종학 PD의 '백야 3.98' 에서 그의 얼굴을 보게 되더라도 오해는 마시길. '그리스' 로 성공적인 대극장뮤지컬 데뷔전을 치른 그의 꿈은 '스타' 보다 '배우' 니까. 30일까지 공연.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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