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시내버스 서비스 만점" 여론조작에 시민들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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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전시가 지하철공사로 교통대란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대책 마련은 외면한 채 시내버스 서비스 실태에 대한 엉터리 조사결과를 발표해 빈축을 사고 있다.

대전시는 최근 시내버스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대전지역 14개 시내버스 업체에서 운행중인 버스의 서비스 실태를 주부교실 대전시지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14개 업체중 1개 업체를 제외하고 모두 90점 이상의 '서비스 만족 수준' 이라고 6일 발표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까지 실시된 이번 서비스 실태조사는 현재 대전시내에서 운행중인 시내버스 9백47대중 업체당 12대씩 모두 1백68대를 표본추출해 운전자 친절도.청결상태.안전운행.운행실태.승객편의등 5개 항목에 걸쳐 이뤄졌다. 시는 서비스가 가장 우수한 곳으로 선정된 업체 3곳을 골라 시내버스 36대에 '시민이 뽑은 좋은 버스' 라고 적힌 '인증마크' 를 달아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사는 시가 시내버스 서비스 평가 직전인 지난 3월30일 '5개 항목에 대한 서비스 평가를 벌인다' 는 내용의 공문을 14개 시내버스 회사에 보낸 뒤 실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조사를 담당한 주부교실측이 평소와는 달리 지나치게 서비스가 갑자기 좋아진 점을 이상히 여겨 버스회사들에 확인한 결과 밝혀졌다. 주부교실측은 "조사에 나서 보니 시내버스 서비스 수준이 평소보다 너무 좋아 깜짝 놀랐다" 며 "대전시가 조사내용을 미리 통보해준 사실을 알고 나니 어이가 없었다" 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평소 불규칙한 운행과 난폭운전등으로 시내버스 서비스 수준이 0점이라는 사실을 시민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법적인 하자조사가 아니라 서비스 개선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조사 사실을 미리 알려줬을 뿐" 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부교실측은 "조사가 끝나자마자 서비스가 다시 엉망이 됐다" 며 조만간 자체적으로 불시에 시내버스 서비스 실태를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

대전 = 김방현 기자

〈kbh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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