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에 봉사하는 정복득 前 병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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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내가 배운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어 보람이 있습니다.고마운 것은 오히려 나죠. " 30년간 병원 원장을 지낸 뒤 인생의 황혼기를 배움에 열중인 재소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정복득 (鄭福得.75.경북안동시법상동) 할아버지. 고입.고졸 검정고시 합격자 발표일인 6일 30명이 응시해 21명이 합격, 70%의 합격률을 기록한 안동교도소 재소자들과 직원들은 鄭할아버지에게 공을 돌렸다.

재소자들이 특히 공부하기 어려운 영어를 鄭할아버지가 맡아 가르치면서 영어 과목의 과락이 크게 줄어 합격률이 높아졌고 재소자들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 鄭할아버지는 93년부터 5년째 안동교도소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재소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매주 월.금요일 오전이면 교도소를 찾아 3시간 정도 가르친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재소자들은 교육생사동에 별도로 수용돼 공부를 한다.

다른 과목은 교도소 직원이나 대학을 다니다 온 교도대원들이 맡고 있다.89년까지 30년 동안 안동 성소병원 원장을 지낸 鄭할아버지는 93년 성서를 읽고 신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한 수감자를 만나기 위해 안동교도소를 방문하면서 수감자들의 선생님이 됐다.

교도소측으로부터 다른 과목은 직원들이 그런대로 가르칠 수 있지만 영어를 맡을 강사가 없다는 사연을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경험이 있어 영어에는 자신 있었고 '길잃은 양' 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좋은 기회다 싶어 '내가 해보겠다' 고 나섰습니다. " 47년 연세대의대 (당시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 를 졸업한 鄭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전과 60년대 초반 두 차례에 걸쳐 5년간 미국에서 공부했다.

그동안 鄭할아버지에게 배워 검정고시 합격을 한 재소자들은 줄잡아 1백50여명. 의사 아들 2명을 포함, 3남3녀를 둔 鄭할아버지는 안동에서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다.

안동 =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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