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공격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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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시나리오
원제:Plan of Attack, 밥 우드워드 지음, 김창영 옮김, 따뜻한손, 584쪽, 1만8000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이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삼았던 대량살상무기 정보에 결함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이라크전을 이끈 두 우두머리의 태도는 정반대다. 부시는 “그래도 미국이 더 안전하게 됐기 때문에 전쟁은 잘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블레어는 “이라크 정보를 잘못 사용한 데 대한 개인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여기쯤 오면 도대체 무엇이 부시를 전쟁터로 내몰았고 사방 팔방 ‘부시 때리기’에서도 이렇듯 당당하게 만드는 게 뭘까 더 궁금해진다.

워싱턴 정가를 누비며 세계 정치의 대기자 소리를 듣는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부국장이 이라크 전쟁 비사를 파헤치려 1년 이상 공을 들인 까닭도 여기 있다. 번역본이 나오기 전부터 ‘공격계획’이란 제목으로 국내 언론을 탄 이 베스트 셀러는 전쟁 결정과정에 직접 관여한 75명 이상의 핵심 인사를 여러 차례 인터뷰하며 이라크 선제 공격의 막후 다큐멘터리를 손에 잡힐 듯 재구성해 읽는 이를 진실에 가깝게 안내한다. 3시간30분 넘게 녹음기를 앞에 놓고 대화한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전쟁의 실제 기획자인 딕 체니 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보다 더 늦게 전쟁 결정을 알았다고 해서 충격을 준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대령시켜 사실을 불게 하는 밥 우드워드의 힘, 정치한 분석, 예리한 문장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화제작이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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