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 허용업종 대폭 확대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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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외국인투자 허용업종을 대폭 늘린 것은 크게 두가지 뜻을 담고 있다. 하나는 외국자본을 적극 끌어들이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부의 강한 개혁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대외신인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외국인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외국인투자촉진법을 개정하는 것이 소프트웨어를 손보는 것이라면, 이번 외국인투자업종 확대는 하드웨어를 고치는 것이다.개방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던 업종이 줄줄이 개방되고, 주유소운영.원유정제처리처럼 내년 1월 개방예정이던 업종의 일정이 앞당겨졌다.

또 지난 4월 건물임대업.건물분양공급업을 개방한데 이어 이번에 토지개발공급.토지임대업도 개방, 부동산시장이 완전히 개방됐다. 재경부는 이번 조치로 개방할 수 있는 업종은 거의 다 개방한 셈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번 조치후 남는 투자제한업종은 ^미개방 업종 13개^부분개방 업종 18개 등 모두 31개다.

보통작물생산.연근해어업처럼 농어민의 생활안정을 위한 1차산업과 ^의료보험.사회보장보험업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업종^라디오방송업.텔레비전방송업 등 문화관련 업종 등은 개방되지 않았다.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도 평균 20여개 업종은 개방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개방에 관한한 선진국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개방 확대로 특히 금융업과 부동산업 등에 외국자본의 유입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자본이 기대만큼 많이 들어올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이런저런 규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국내에 새로운 회사를 차리는 것이다.

이 경우 업종별로 적용되는 개별법의 까다로운 인허가 규제를 통과해야한다.

예컨대 민자발전사업이 개방돼도 외국인이 당장 민자발전회사를 차릴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발전업법에 따라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한다.

또 99년 5월부터 외국인이 카지노를 세울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재 내국인에게도 잘 허용해주지 않는 카지노를 외국인에게 허용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둘째, 외국인이 국내 기존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다.

재경부는 외국인이 한화그룹과 민자발전사업 인수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방이 된다고 모두 인수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수도사업은 개방후에도 당분간 지자체와 수자원공사에 의한 독점을 유지하기로 했다.

따라서 외국인이 당장 수도사업에 뛰어들 수는 없으며, 나중에 수자원공사를 민영화할 때야 비로소 참여가 가능하다.

정부가 개방을 계속 확대해도 외국인 직접투자는 올들어 6억달러선에 그치고 있다.

올해 3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달성여부가 불투명하다.

개방 이후 실제로 외국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정부의 세심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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