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학회]9.한국심리학회…가장 오래된 학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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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학회인 한국심리학회 (회장 李寬鎔 서울대 교수) 의 역사는 52년에 이른다. 98년 현재 회원 수는 1천1백명. 일반인에겐 다소 낯선 학문임을 감안하면 의외로 규모가 큰 학회라 할 수 있다.

광복 직후인 1946년, 후일 민속학자로 더 많이 알려진 故 任晳宰 박사를 비롯해 方顯模 숙명여대 교수와 경성대학 교수였던 李鎭淑.高舜德씨 등 7명의 주도로 창립됐다. 서울대가 설립되고, 서울대에 심리학과가 개설된 것도 같은 해이고 보면 한국심리학회의 발전은 곧 한국심리학의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학회의 규모와 업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산하 분과의 다양한 연구활동이다. 현재 임상심리학회를 비롯해 산업 및 조직, 사회 및 성격, 실험 및 인지, 생물 및 생리 등 9개의 분과가 분과 학회지 발간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제적인 활동도 이 학회의 주요한 업적. 국제심리학연맹에 정식으로 가입한 73년 이래 한국심리학회의 활동은 주로 해외의 연구 성과를 흡수하는 쪽에 치중했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인 학문적 상호교류가 실현된다.

90년 '동서양 심리학의 만남' 이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학술대회는 세계 21개국의 대표적인 심리학자들이 대거 참가함으로써 학회의 역량을 과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96년 6월에도 학회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서울에서 치러졌다. '과학문명과 21세기의 도전 - 심리.사회.문화적 대응' 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대회는 기획에서 집행에 이르기까지 시종 한국심리학회가 주도한 행사다. 한국심리학회가 국제규모의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다는 역량을 입증한 대회였다.

이 대회에는 17개국에서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1백여명의 학자들과 국내학자 6백명이 참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한국심리학회가 세계 심리학계에 학문적으로 기여하는 학회라는 인식을 심어준 이 대회는 연구 성과의 소비자이기만 했던 한국심리학회가 심리학 이론의 공급자로서의 위상을 정립한 대회이기도 했다.

이 학회에는 숙명여대.경남대 등에서 총장을 지낸 고 尹泰林씨를 비롯해 고려대 문과대학장과 교육대학원장을 지낸 고 金聖泰 교수, 한국사회과학연구위 위원장을 지내고 현재 중국 지린 (吉林) 대 객원교수로 있는 車載浩 교수, 전남대 사회과학대학장을 지내고 현재 한국노년학연구회장인 宋大炫 교수, 카운슬러협회장이며 연세대 원주캠퍼스 부총장인 崔正薰 교수, 徐鳳延.趙明翰 서울대 교수, 任能彬 부산대 사회과학대학장, 金重述 순천향병원 신경정신과 부장, 李昌雨 전 한국산업심리학회장, 崔祥鎭 아시아사회심리학회장, 문교부장관을 지낸 徐明源 세계교육협의회 한국지회장, 한림대 총장을 지낸 鄭範謨 박사 등 대다수 심리학자들이 거쳐갔다.

차기 학회장은 심리학자들의 취업을 위해 학회에 고용촉진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李勳求 연세대 교수가 뽑혔다. 최근 그는 국난의 시기에 심리학자들만의 고용촉진을 도모한다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판단, 전국적 규모의 자원봉사 기관인 '심리학 봉사대' 를 창설하자고 제안한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고규홍 기자

〈sky6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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