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마위에 오른 '사형 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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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형제도가 또 한 차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열린우리당이 사형제도 폐지법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극악한 죄를 지었다고 해도 신이 주신 생명을 인간이 심판할 수 없다는 종교적 폐지론과 마땅히 죄에 상응하는 값을 치르게 하고 사회로부터 완벽하게 추방해야 한다는 찬성론이 만만치 않다.

법안을 추진 중인 열린우리당의 이미경 의원은 "인간의 생명을 징계 수단으로 삼는 것은 지나치고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다. 또 사형을 통해 부당하게 죽은 사람도 있다"고 사형제도의 부작용을 강조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도 "사형으로 인한 범죄 예방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사형제 대신 200년형 등 징역형을 크게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과 전재희 의원도 폐지 찬성론자다. 전 의원은 "사형이 반드시 범죄를 예방한다는 실증이 없는 상황에서 종신형 등으로 사회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법대 김일수 교수는 "사형 없는 형법을 지향하는 것은 사회가 진보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극악범들의 처리문제는 토론을 비롯한 다양한 로드맵을 통해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폐지에 동조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민주사회.선진국일수록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실질적으로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조중근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연대 사무처장도 "과거 청산이라는 시각보다는 생명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여론도 높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극악한 범죄를 격리시키기 위해서는 상징적으로라도 이 제도가 존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사형제가 있어도 오늘날 판사들이 사형을 언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사형이 남용될 염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김용갑 의원도 "사형제 폐지는 사회의식과 문화 등 여러 환경이 고루 무르익었을 때 거론할 문제"라며 "흉악범죄를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제도는 사형제"라고 말했다.

동국대 김상겸 법대 교수는 "살인이나 잔혹한 수법으로 인간의 생명을 다룬 사람에게 국가가 마지막으로 적용할 수 있는 형벌이 사형"이라며 "오심으로 인한 사형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형제도 폐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시민연대 김구부 사무총장은 "현재 산적한 일이 많은데, 이를 모두 한꺼번에 바꾸려는 혁명군의 태도는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소영.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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