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보고체계 허점 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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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함포 사격 사태는 군 보고체계에 허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국방부 관계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촌각을 다투는 군사작전에선 정확한 보고가 생명"이라며 "보고가 누락돼 잘못된 판단을 내릴 경우 작전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결과에 따라선 '은폐 조작'이란 말까지 나올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남북한 최대 화약고인 NLL 부근에서 발생한 긴급 상황인데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해작사 및 군 수뇌부의 대규모 문책이 불가피할 것 같다.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미칠 수 있다. 안 그래도 북한은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불발 파동으로 심기가 틀어진 상황이었다.

그나마 제10차 이산가족 상봉(11~16일)은 남측의 쌀 지원 약속 등에 따라 예정대로 치렀다. 하지만 마침 상봉단이 귀환하던 날 또다시 이런 사태가 터져버렸다. 이 때문에 당장 다음달 3~6일 서울에서 열릴 제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북한 군부의 대응도 관심거리다. 북한 군부는 그동안 개성공단.금강산 등에서의 남북 화해협력 강화에 대해 내심 불만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다 내주면 군사작전은 어떻게 펼치라는 말이냐"며 상부에 강하게 항의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역공의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군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경우 남북관계는 다시 경색국면에 접어들지 모른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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