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한국 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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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드라마 왕팬인 우리 마누라.
요즘 "애기야 가자"를
외치는 남자주인공에게
홀딱 반해서
난 안중에도 없어.

자존심도 상하고
내가 그리 못났나 싶어
슬쩍 건드렸지.

고상하게 뉴스 좀 봐라.
무슨 소녀 취향이라고
말도 안 되는 드라마에
푹 빠져 정신을 못 차리느냐.

그랬더니 대답이 걸작이야.

"뉴스를 봐도
말 안 되는 일뿐이잖아.
수도를 옮기건 말건
대통령과 사생결단하든 말든
어차피 우린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인데
뉴스 보면 속까지 터져.

유치하다고 해도
드라마 보는 게
정신건강에도 유익해.

대통령이 바뀌면 또 달라질 텐데
뭣하러 핏대를 올려.
나라 망할 듯 지지고 볶다가도
언제 그랬느냐, 입 싹 닦는데.

드라마 무시하지 마.
당신도 알잖아, 한류(韓流).
그게 다 드라마의 힘이야.

문화도 알리고, 돈도 벌고
어설픈 외교관이나
말만 앞서는 정치인보다
훨씬 낫잖아.

나 지금 애국하고 있어.
나 같은 열혈 시청자가 있으니
드라마 수준이 높아져
경쟁력도 생긴 것 아니겠어.
그러니까 나 TV 볼 땐
조용히 좀 해주라."

….

*미국 시카코 트리뷴 인터넷판은 지난 9일 "미국 주류층인 백인들이 한국 드라마 '대장금'에 빠져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 소니는 배용준을 모델로 최신형 캠코더 광고를 제작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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