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1일 민주노총 시위에 대한 보고를 받고 대단히 침통해 했고,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2일에도 온종일 그랬다고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대변인은 밝혔다.
金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노사협력 유공자와 오찬을 같이 할 때 그런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어제 노동절 불상사가 있어서 국민들이 몹시 걱정하고 있다. 외신을 아직 보지못했지만 대서특필했을 것이다. '저러니까 투자할 수 없다' 는 목소리가 국제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
金대통령이 이번 시위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그가 말한 대로 외국인 투자가들이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는 점. 金대통령 스스로가 지난달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M)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국내환경이 잘 조성됐음을 홍보하면서 투자조사단 파견을 요청했고, 실제로 외국 조사단의 방한 (訪韓) 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 불법 과격시위가 발생한 만큼 실망과 낙담이 매우 크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金대통령은 오찬장에서 노조의 반대로 외국인투자 유치에 실패한 대한중석의 사례를 들며 "일터를 들여오려는 기업가를 막으려들면 어떻게 하나" 며 "국제적으로 불신받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 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노동계에 대해 이런 호소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단호한 면모도 보이겠다는 방침이다. "불법과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않겠다" 는 입장표명이 그 신호다.
이번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과격시위를 한 사람 등은 엄중 처벌한다는 게 청와대측 방침이다. 시위를 주도한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해서도 제재방안을 강구중이다.
민주노총이 2기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그쪽을 배제한 채 노사정위를 출범시킨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처음부터 얕잡아 보이면 안된다" 며 "정부는 곧 외국인 투자가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불법 노동운동에 대한 대책을 발표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lees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