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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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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메시의 현란한 패스와 드리블은 팀의 조직력에 녹아들었지만 호날두는 달랐다. 호날두는 ‘내가 해결하겠다’며 홀로 달렸다. 그의 명품 무회전 킥이나 전광석화 같은 돌파가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톱니바퀴처럼 잘 짜인 바르셀로나의 조직력은 나만 돋보이려는 축구 천재의 이기심을 완전히 압도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뛰어난 선수라도 잘 짜인 팀워크 앞에서는 초라해지는 거다.

축구 게임과 기업 경영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 최고경영자부터 중간 관리자, 사무직·생산직 직원까지 팀을 구성하는 선수들은 다양하다. 각각 생각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도 다를 수 있다. 이걸 제대로 묶느냐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공중분해된 GM은 ‘팀’은 없고 ‘나’만 있는 조직이었다. 노조는 제 밥그릇만 챙겼다. 공장이 쉬어도 걱정이 없었다. 일할 때와 비슷한 임금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퇴직 후에는 두둑한 연금과 의료보험이라는 보너스도 풍성했다. 경영진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적당히 타협했다. 이러니 조직을 키우고, 미래를 설계하는 눈이 생길 리 없잖은가.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경쟁업체가 턱밑까지 추격해 와도 긴장하지 않았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이런 불안한 그림자가 우리에게도 드리워지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곳곳에서 파업과 직장폐쇄 같은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정리해고 통지를 받으면 분노가 치솟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량이 탁월한 선수라도 팀이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그렇다고 구조조정을 미루면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 그래서 제 몸에 칼을 대는 거다.

이제 고민은 분명해졌다. 어떻게 해야 최고경영자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두 내 몸처럼 소중히 여기는 조직을 만들 수 있는가. 기업마다 환경이나 조건이 달라 똑 부러진 답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일본 전기설비생산업체인 미라이공업의 야마다 아키오(山田昭男) 창업자의 말은 울림이 크다. 이 회사 직원의 정년은 70세까지고, 연간 휴일이 140일이나 된다. 요즘 세상에 믿기 어려운 회사지만 1956년 창업 이래 연평균 경상이익률은 동종 업계(평균 3%)보다 훨씬 높은 15%나 된다. 대기업 마쓰시타도 한 수 아래다. 그는 지난해 6월 한국 강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영자는 항상 전략을 생각하고, 사원들의 의욕을 끌어내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직원들도 늘 생각하며 미래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조직 안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믿음을 쌓아야 강한 팀, 강한 기업이 된다는 얘기다. 

김종윤 경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