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유가연동, ‘에너지 절약 경제구조’ 계기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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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고유가 대응을 위한 에너지 수요 관리 대책’은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는 에너지 위기의식의 환기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60달러 이상으로 대폭 오른 현시점에서 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건 필요한 조치였다. 에너지 과소비형인 한국 경제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구조다. 따라서 장차 그 이상으로 유가가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책을 세울 필요는 분명히 있다.

둘째는 에너지 정책기조를 공급에서 수요로 바꿨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에너지 정책은 값싼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위주였다. 유가가 많이 올라도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가급적 올리지 않았고, 산업용 전력 요금은 아예 원가 이하로 책정했다. 물가안정과 경쟁력 제고가 명분이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한국 경제는 에너지 다소비형 구조로 완전히 고착됐다. 가령 동일한 부가가치를 생산할 때 소요되는 에너지양이 한국은 일본의 3.1배, 독일의 1.9배에 달한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전력과 가스 요금 때문이다. 한국의 전력 요금은 일본의 60~70%,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은 일본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캠페인을 하고, 에너지 절약형 산업구조로 가자고 외친들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 따라서 전력과 가스 요금을 어느 정도 올릴 필요는 있고, 이런 점에서 전기와 가스 요금을 유가 등 연료비에 연동시키겠다는 이번 대책은 옳다고 본다. 차제에 에너지 절약형 경제구조가 되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만 문제는 물가 불안과 서민들의 생활고다. 특히 그동안 눌러놓았던 가격 인상이 한꺼번에 이뤄질 경우 그 충격은 상당히 클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보다 세밀한 관심과 조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격이 서서히 인상되도록 미세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가 방만 경영을 하지 않도록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요금 인상이 방만 경영을 부추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선 보다 과감한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을 하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