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외환위기 때와 다른 형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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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외환위기 때와는 다른 형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옥석을 가릴 겨를이 없는 것 같다.”

지난달 중순 2년의 임기를 마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종석(54·경영학·사진) 홍익대 교수는 정부 주도로 진행 중인 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김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선과 건설 업종에서 일부 기업의 경우 누가 봐도 구조조정에 고개를 끄덕인다”며 “그러나 현재의 위기 만 벗어나면 더 좋아질 수 있는 기업에도 부채비율과 같은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하다 보면 호전되는 경기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과연 3조∼4조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이자를 떼먹은 것도 아니고 은행에 추가 지원을 요구한 것도 아닌데 정부가 갑작스레 부도가 난 기업처럼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외환위기 시절 옥석을 가리지 못한 구조조정의 사례로 외환은행을 꼽았다. 어설픈 잣대로 득을 본 것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외국계 사모펀드뿐이라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구조조정도 좋지만 역으로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진 유망한 해외 기업을 사들이는 게 ‘남는 장사’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대우조선해양도 외환위기 당시 채권단에 넘어간 뒤 경기를 잘 타 기업가치가 올라간 기업”이라며 “이런 기업을 잘 골라내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년간 한경연 원장직을 맡으면서 규제 완화에 힘썼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출자총액제한제, 수도권 규제, 교육 관련 규제 등의 완화에 노력했다”며 “그러나 촛불 정국 이후로는 뒷심이 현저히 약해진 게 사실”이라고 회고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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