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을 열어라, 바람·하늘이 벗이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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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6월은 자동차 지붕을 열고 자연을 만끽하기 좋은 달이다. 이른바 ‘컨버터블의 계절’이 돌아왔다. 요즘 나오는 컨버터블은 공기역학(에어로 다이내믹) 기술 덕에 자동차 지붕을 연 채 시속 100㎞로 달려도 운전자의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흩날리는 수준이다. 거세게 들이치는 바람은 운전석 뒤편에 마련된 바람막이를 거치면서 부드러운 바람으로 바뀐다.

부드러운 바람을 즐기는 운전을 꿈꾸면서도 선뜻 컨버터블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한국은 여름과 겨울이 길어 컨버터블을 이용하기 적합하지 않은 데다 2인승이나 쿠페 스타일이 많아 4인 가족이 타기에 번거롭기 때문이다. 또 뚜껑을 위한 수납 공간이 트렁크로 들어가기 때문에 적재 공간이 작다. 하지만 컨버터블은 기술 개발을 통해 이런 단점을 대부분 개선하면서 시장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중저가 모델도 많아=크라이슬러 세브링 컨버터블(3940만원)은 4인승 차로 실내공간이 넓다. 지붕을 열고도 골프백 2개를 실을 수 있을 정도로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V6 2.7L 엔진을 장착했으며 최고 186마력을 낸다.

푸조의 207CC(3850만원)는 앙증맞은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2000년 첫 출시 이후 세계적으로 36만 대가 넘게 팔린 206CC의 후속 모델이다. 1.6L 가솔린 엔진이 달려 있으며 최고 120마력을 낸다. 최고속도는 195㎞/h. 운전석 공기 통풍구 위쪽에는 프랑스 향수 전문가와 공동 개발한 방향제가 있어 향기로운 운전을 즐길 수 있다. 미니 컨버터블(3930만원)은 시속 30㎞로 달릴 때도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지붕을 열 수 있다. 연비가 L당 13㎞로 좋은 편이다.

폴크스바겐 이오스(5360만원)는 기존 하드톱(금속 등 딱딱한 종류의 지붕) 모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노라마 전동 선루프가 있다. 트렁크도 넓어 실용적이다. 연비도 11.4㎞/L로 양호하다. 최고 200마력을 내는 2.0L 터보 엔진을 달고 시속 229㎞까지 달릴 수 있다.

◆고성능으로 승부=볼보 C70(6758만원)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하드톱을 세 조각(Three-Piece)으로 제작한 4인승 컨버터블이다. 멋진 스포츠 쿠페와 컨버터블을 모두 만족시키는 차다. 일반적인 컨버터블은 오픈카로 디자인한 뒤 루프를 만들어 제작한다. 그러나 이 차는 쿠페를 먼저 제작한 후 이를 컨버터블로 개조한다. 측면 충격에 대비해 문에 커튼식 에어백을 달았다. 사고 때 에어백이 수직으로 팽창해 머리까지 안전하게 보호한다.

인피니티의 첫 4인승 하드톱인 ‘G37 컨버터블’이 다음 달 국내에 선보인다. 지붕이 열리면 고급 가죽으로 마감된 4인승 인테리어가 아름다운 외관과 어울려 마치 요트 같은 느낌이 난다. 3.7L VQ 엔진은 최고 329마력의 출력으로 시속 200㎞ 이상 질주할 수 있다. 7단 자동변속기를 달아 연비가 9.4㎞/L로 좋다. 가격은 7000만원 안팎이다.

재규어 XKR 컨버터블(1억7760만원)은 가벼운 알루미늄 차체에 4.2L 수퍼차저 엔진을 달아 무려 420마력을 낸다. 지붕을 연 상태에서 시속 200㎞ 이상 달릴 수 있다. 스포츠카와 같은 가속력과 품격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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