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위한 꼼꼼한 조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7호 12면

일종의 병통인데 낯선 곳에 가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할 때 어지간하면 먼저 책을 펼쳐 드는 편입니다. 수영을 책으로 배우려 하기도 했으니까요. 10대 적에 교본을 보며 팔을 휘젓고, 고개를 돌려 숨 쉬는 법을 익히려 했죠. 나름 열심히 했는데 막상 수영장에 가니 물에 뜨지 못해 팔은 돌려 보지도 못했다는 아픔이…(결국 지금도 수영은 못 합니다).

김성희 기자의 BOOK KEY

그래도 아직 이 버릇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막무가내로 덤비기보다는 그래도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죠. 그렇지만 출판기자로서는 실용서 소개에 인색한 편입니다. 필요한 독자가 스스로 찾아 읽는 책인 만큼 굳이 실용서에 지면을 할애할 게 아니라는 판단에서죠.

이 책, 『내 삶을 1℃ 높이는 매직 키워드 101』(강미승 지음, 랜덤하우스)도 그런 생각에 젖혀 놓았던 경우입니다. 그런데 ‘삶의 온도가 뭐지?’ 하는 생각에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거, 물건입니다.

일단 책이 잘 빠졌습니다. 대부분의 독자가 편집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책은 그런 통념을 뛰어넘습니다. 알록달록, 아기자기 편집자가 한껏 솜씨를 발휘한 덕에 책이 아니라 팬시 상품 같습니다. 내용은 더욱 톡톡 튑니다. 젊은 여성들을 위해 지루한 일상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팁을 담았는데 자아발견, 패션, 기분전환, 사랑, 해외여행으로 나눠 실용적이면서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조언이 그득합니다.

“이 험한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고민도 마찬가지다”란 채플린의 말을 인용하며 소개하는 ‘5분간의 마인드 컨트롤 비법’을 볼까요. 말과 생각의 수도꼭지를 잠시 잠그고 근처 벤치에 누워 몸 구석구석에 햇빛으로 광합성을 시켜 주랍니다. 눈을 감고 바람에 의지해 귀를 열면 몰랐던 세상의 소리가 마음을 진정시킨다나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행복해지고 싶을 때(‘러브 액추얼리+누군가에게 사랑 고백할 휴대전화), 누군가를 신나게 패고 싶을 때(‘파이트 클럽+분풀이할 베개) 등 ‘영화 치료법’을 들려주기도 하고 영어 공부를 위한 수준별·취향별 ‘미드’를 일러 주기도 합니다.

그저 그런 잡동사니 같다고요? 그럼 ‘여자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10가지’ 중 하나로 담배를 들면서 “머릿결이 정말 좋다. (향을 맡고는) 그런데 향수는 말보로 라이트인가 봐?”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라고 표현한 방식은 어떤가요?

그렇다고 마냥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문제가 커져, 남의 탓에 생긴 것이라도 결국 ‘난 왜 이 모양일까’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더라도 걱정 말랍니다. 다행히도 신은 나쁜 일에도 공평하니까,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가끔은 자신을 무심코 개켜둘 때가 필요한 거야”라고 쿨한 태도를 보이는 대목이 그렇습니다.

또 미안함은 마음으로 알아서 전해지는 것이 아니니 먼저 다가가 “미안해”라고 한마디 하면 사랑도, 우정도, 신뢰도 상대방 마음에 장기 주차할 수 있다고 제법 의젓한 이야기도 합니다.
책은 진지해야 한다는 엄숙주의만 버리면 재미있고 유익한 읽을거리입니다. 예쁜 책이라서 후하게 평가하는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추신: ‘여자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10가지’ 중 첫째로 ‘퍼펙트 맨’을 꼽고, ‘내 인생에 독! 이런 남자 만나지 마라’에서 ‘남자가 인정하지 않는 녀석’을 으뜸으로 든 이유는 뭘까요?


경력 27년차 기자로 고려대 초빙교수를 거쳐 출판을 맡고 있다. 특기 는 책 읽기.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맛있는 책읽기』등 3권의 책을 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