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내 학교들 교육청·관련기관 공문에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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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민방위 표어및 포스터 현상공모 아이디어 제출' '경제살리기 운동추진상황 보고' '국정지표및 게시기준 통보' '방과후 교육활동 외래강사 지원자 현황 보고' …. 지난 22일 E - 메일을 통해 부산시내 초등학교에 내려온 공문들이다. 이날 하루동안 모두 12가지의 공문이 내려온 것이다.

이뿐 아니라 이날 우편으로 보낸 공문도 청소년예술제 개최에 따른 홍보건 등 4가지나 된다. 부산시내 학교들이 쏟아지는 공문 (公文)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청.관련 기관 등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공문을 내려보내 이에 대한 답변을 만들어 올려보내느라 하루 해가 짧을 정도다. 각급 학교들은 "말로는 자율경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율적으로 하도록 놔두는 것이 하나도 없다" 며 "교육과 관련이 없는 내용이 많아 더욱 짜증스럽다" 고 불평이다.

심지어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학교 물탱크 청소 결과를 보고하라는 공문까지 있다. P고 한 교사는 "물탱크 청소는 부산시보다 학교가 더 신경쓰고 있다" 며 "깨끗한 물은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하면서 엉뚱한 곳에 신경을 쓰고 있다" 고 말했다.

또 교육과 관련이 있다해도 일선 학교로서는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을 요구하는 공문도 수두룩하다. 예컨대 학교주변 유해업소 단속및 그 실적 보고가 그렇다.

단속권은 검.경찰이나 행정관청이 가지고 있고 교사는 단속권이 없는데도 단속하고 실적을 보고하라 하니 교사들로서는 귀가 막힐 따름이다. 그래서 늘 대답은 '단속실적 없음' 으로 올라간다.

D고교 교장은 "하루 10~30건의 공문이 내려온다" 며 "무슨 공문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공문 결제하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다시피 한다" 고 말했다.

공문이 내려오면 대부분 관련 교사들이 답변을 만들어 올려보내야해 학생 교육에도 지장이 많다. 특히 교육개혁.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공문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위원회.시의회에서 요구하는 자료가 너무 많기 때문" 이라며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 외에는 잡무가 없도록 해 나가겠다" 고 말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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