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룹 CD '숨은 1곡을 찾아라'…별난 재미 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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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마지막 음대 (音帶.트랙)가 채 끝나기도 전에 CD를 냉큼 바꿔버리는 성미 급한 이들에게 귀띔 하나 - . "히든 트랙을 찾아봅시다." 요즘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앨범엔 양념 같이 짜릿한 트랙이 하나씩 숨어 있다. 그 이유는 대개 '장난 반 재미 반' .별로 특별한 게 아니다.

고스락의 싱글앨범을 들어보면 마지막 6번곡이 끝나고 잠시 몇초가 흘러가면 너구리.갤러그 등 옛날 오락게임 효과음을 입으로 내는 소리로 왁자지껄하다. 떠드는 소음도 섞여 있다. 다음달 출시될 앤의 앨범도 마찬가지. 11곡의 정규곡이 끝나면 12~27번까지 4초씩 아무 소리없이 트랙번호만 바뀌다 불현듯 28번에서 잡담과 음악이 뒤섞인 히든트랙이 등장한다.

"연습하는 우리 모습을 그대로 보이자는 뜻이다. 앨범녹음하면서 고생하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이런 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버리자는 의미도 있었다" 는게 보컬 장현정씨의 설명. 누구는 라이브공연 내용을 담기도 한다.

그룹 삼청교육대가 록옴니버스앨범 '아싸 오방 하드코어' 에 넣은 59초짜리 '워 (전쟁)' 는 이들이 클럽 스팽글에서 연주하던 것. 스스로 "지저분한 톤" 이라고 말하는 거친 음질에서 매끈한 스튜디오 녹음과 대비되는 현장감이 물씬 느껴진다.

앨범 전체의 분위기에는 맞지 않지만 "버리기가 못내 아쉬워" 넣기도 한다. 지난 1월 나온 코코어의 '오우더' 는 그런지 풍의 정규곡들이 끝나고 9~16번까지 공백이 있다가 17번에서 난데없이 발라드가 튀어나온다.

국내 메탈그룹 '크래쉬' 2집의 '투비 오어 낫 투비' (초판에만 들어감) , 얼터너티브 록그룹 너바나의 '네버마인드' 에 들어간 6분 40여초 분량의 '엔드리스, 네임리스' (국내수입판에서는 빠짐) , 마릴린 맨슨 3집 '안티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의 '트랙99' 은 이미 이 분야에서 빠질 수 없는 고전. 자,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무심코 듣던 어느 CD 말미에 숨어있는 1곡이 '짠~' 하고 등장할지 모르니까.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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