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귀환 양순용씨 "모이면 고향 돌아가는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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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충성! 신고합니다. 일병 양순용은 1998년 4월24일부로 면역을 명 (命)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 북한을 극적으로 탈출해 지난해 12월24일 고국에 돌아온 국군포로 양순용씨가 24일 육군회관에서 김동신 (金東信) 육참총장에게 45년만에 면역 (免役) 신고를 했다. 1계급 특진 (일병) 과 함께 전역한 것이다.

경남 함양에 사는 본처 박옥임 (72) 씨와 북한에서 함께 탈출한 두 딸 영숙 (28).혜숙 (23) 씨가 자리를 함께 했다. 두 딸은 북한에서 만난 부인 사이에서 낳았다. 일제 때 징용을 갔다온 梁씨는 종전 직전인 53년 7월11일 8사단 수색중대 이병으로 강원도 금성지구 전투에 참가했다.

그는 사흘 후 잠복초소에서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밀고 오자 분대에 적의 공격사실을 알린 뒤 밤새 수류탄을 던지며 전투를 벌였다. 그러다 정신을 잃었고 이튿날 아침 눈을 떠보니 전우들은 모두 전사한 상태에서 중공군에 붙잡혔다. 금성전투에서 아군 1만명이 전사, 4천명이 실종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포로로 잡힌 뒤 어떻게 지냈나.

"사실 포로교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를 원망하기도 했다.

감시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는 없었지만 모이기만 하면 고향에 돌아가는 얘기를 나눴다. 통일되기를 손모아 빌었다. 늙은 뒤에는 아오지탄광 귀신이 다 됐다는 말을 하곤 했다."

- 북한 식량난은.

"내가 북한을 나올 때 올해를 못넘긴다고 했다. 산은 황폐하고 풀도 다 뜯어 먹었다. 강냉이 밭에 강냉이를 훔치지 못하게 북한군이 발포령을 내렸는데도 훔치러 간다."

- 외국식량 지원이 있다는 것을 알았나.

"소문을 들어 알았지만 받아 본적은 없다. 간부들이 다 떼어먹는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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