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로또…내달부터 1000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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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 시행되는 로또복권의 판매가격 인하를 앞두고 정부와 복권 업계 간에 매출 감소폭에 대한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로또의 매출액이 17~18%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으나 복권 업계는 최고 30% 이상 떨어진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올해 복권기금 사용처를 다 정해 놓은 정부로선 자칫 기금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무총리실 복권위원회 김수도 사무처장은 15일 "예정대로 8월 1일부터 로또복권 가격을 현재 장당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등의 평균 당첨금도 현재 37억원에서 19억원 정도로 낮아진다. 정부는 지난 1월 이 같은 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복권위는 일단 올해 복권 총 매출액을 지난해 4조2300여억원에서 14.5%가량 줄어든 3조62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중 로또복권은 지난해(3조8000억원)보다 17.5% 떨어진 3조13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주 평균 675억원에서 506억원 정도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 4월 이를 바탕으로 임대주택 건설 투자(3851억원), 저소득층 복지사업 지원 등의 '2004년도 복권기금 운영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복권 업계의 예상은 훨씬 어둡다. 로또 마케팅 전문회사인 엔트로e&m 관계자는 "주당 평균 매출이 500억원 밑으로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판매량이 20% 이상 준다는 예상이다.

또 로또공익재단의 곽보현 사무총장은 매출액 감소폭을 30% 이상으로 내다봤다.

그는 "로또 가격이 인하되면 상대적으로 게임 수가 늘어나 평균 3~4명이던 1등 당첨자가 7~8명으로 늘어나 실제 1등 당첨금이 10억원 정도로 크게 준다"고 말했다.

이 경우 다른 복권과의 차별성이 없어져 매출에 큰 지장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강갑생 기자

[뉴스 분석] 공공기금 조성 등 도입 취지 빛 바래

로또복권의 최대 매력은 기존 복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거액 당첨금이다. 2002년 말 도입된 이후 기존 복권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갈아엎은 것도 바로 엄청난 당첨금의 힘이었다.

정부가 8월부터 로또의 판매가를 낮춰 결과적으로 당첨금을 줄이기로 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로또로만 몰리는 복권시장의 편중 현상을 완화해 보겠다는 취지다.

이는 사행성 시비를 적당히 피해 나가자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로또로 몰리는 돈을 적당히 다른 복권으로 유도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한다. 매출액 급감으로 인해 로또의 도입 취지인 안정적인 공공기금 조성과 공익사업 지원에 적잖은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올해 복권기금 운용계획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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