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홍씨 사법처리 임박]검찰 '외환위기 도화선'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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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의 아이아코카' 로 불리며 대표적 전문경영인으로 추앙받던 김선홍 (金善弘) 기아그룹 전회장이 비리의혹으로 사법처리될 운명에 처해 있다.검찰은 기아사태 처리 지연이 IMF체제를 불러온 직접적 원인으로 보고 있어 金전회장 문제는 경제실정 수사의 핵심중 하나다.

그에 대한 지금까지의 수사는 개인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검찰은 지난해 기아사태가 터진 이후 金전회장에 대한 내사자료를 꾸준히 축적해왔다.

검찰이 환란 (換亂) 수사 착수 직후 가장 먼저 金전회장을 출국금지한 것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법처리할만한 내사자료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내사 결과 金전회장은 퇴직임원이나 친인척 명의로 기아 하청업체를 운영해왔고 이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일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金전회장은 96년 경기도김포군장기리에 계열사인 (주) 기산을 통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부지 매입과 설계용역을 컨설팅 업체에 의뢰하면서 용역비를 89억원이나 계상해 실제 가격과의 차액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의 이같은 내사자료는 지난해 기아부도 후 金전회장이 경영권 유지를 고집하며 정부와 대립할 때 '압박용 카드' 로 활용되기도 했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화의신청을 밀어붙이던 金전회장은 검찰이 내사자료를 들이밀며 수사 착수 계획을 언론에 흘리자 경영권 포기를 선언한 뒤 인도네시아로 출국했었다. 또 金전회장은 '국민기업' 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기아사태 처리를 지연, 종금사.은행의 부실을 불러온 환란의 장본인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金전회장의 개인비리 수사는 경우에 따라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구 여권 정치인은 물론 현 여권의 일부 정치인들이 金전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미확인 루머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검찰은 이러한 점을 의식, "金전회장 수사는 외환위기를 초래한 측면에 국한할 것" 이라고 못박고 있다. 따라서 金전회장에 대한 수사는 비자금의 사용처보다 이를 불법적으로 조성한 개인비리 (횡령.배임혐의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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