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전·차 … 중국 수혜주 ‘시즌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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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국 수혜주’의 주도주가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 성장의 수혜를 누렸던 철강·기계·조선 업종 대신 음식료·유통·가전·자동차 같은 소비재가 새롭게 부상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내수 부양에 ‘올인’하면서 수출보다 내수 소비가 먼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내수 소비는 올 들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올 2월 11%까지 떨어졌던 중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2개월 연속 상승세다. 동부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올해 중국의 성장은 수출보다 내수가 이끌 것”이라며 “2007년에 중국 수혜주로 꼽혔던 철강·기계 업종 대신 올해는 자동차와 가전 같은 소비재 업종이 중국 내수 성장의 진정한 수혜주”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내수부양 정책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분야는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이다. 1분기 중국에서 팔린 LCD TV는 496만 대로 전년 동기(246만 대)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 초부터 중국 정부가 TV를 포함한 가전제품을 사는 농촌 주민에게 13%의 보조금을 주는 ‘가전하향’ 정책을 실시한 영향이 컸다. 중국 TV 제조업체에 LCD 패널을 납품하는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부터 영업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LCD TV 보조금 지급 대상 업체로 지난달 새로 선정된 LG전자 역시 수혜주로 꼽힌다.


자동차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4월 중국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115만 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초 중국 정부는 소형차의 구매세를 인하(10%→5%)한 데 이어 농촌지역 소형차 구매자에게 차값의 10%를 보조해 주는 ‘기차하향’ 정책도 실시했다. 소형차 비중이 큰 현대차는 이러한 정책의 직접적인 혜택을 입고 있다. 베이징현대의 지난달 판매량은 5만489대로 전년 동월 대비 78.5% 늘었다.

중국에 진출한 음식료·유통 업종 역시 중국 내수시장이 살아나면서 실적이 호전되고 있다. 오리온은 1분기 중국시장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0% 넘게 증가했다. CJ오쇼핑의 중국현지법인인 ‘동방CJ’도 지난해 8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라네즈와 마몽드 브랜드로 중국시장을 공략한 아모레퍼시픽 역시 1분기 중국사업 매출액이 전년 동기의 두 배로 급성장했다. 올 들어 ‘아이온’과 ‘크로스파이어’라는 게임으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게임즈 역시 대표적인 중국 수혜주다.

IBK투자증권 박옥희 연구원은 “중국 GDP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불과해 민간 소비가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크다”며 “중국 내수시장을 직접적으로 공략하는 소비재 관련 업체의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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