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터넷이 무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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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청와대가 인터넷.e-메일 등 대선 당시 일등공신이던 우군들에 의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박근혜 의원 패러디물 게재로 비난 여론이 비등해 뒤숭숭한 분위기다. 16일에는 관련자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가 열린다.

2002년 12월 대선 당일 노무현 후보 지지층은 e-메일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배신자 정몽준 응징'을 외치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등 '인터넷상의 여론'을 장악했었다.

당시 노 후보 캠프에서는 "한나라당이 오프라인에만 신경쓰는 사이 온라인에선 이미 대세가 기울어졌다"고 얘기했었다. 속보성과 자극성, 감성과 엄청난 여론 전파력을 무기로 대선 승리를 안겨주었던 그 매체가 지금 부메랑처럼 여권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이달 초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의 교수 청탁 의혹 사건이 제기됐을 때 청와대 담당자들은 e-메일 확인조차 제대로 안해 반드시 검증됐어야 할 고발 내용이 일주일간 온라인에서 낮잠을 자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욱이 대표적 친노 인터넷 매체의 대표가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결론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남겼다.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반대 여론은 오히려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돼 노 대통령에게 무거운 짐을 안겨주고 있다. 김선일 씨 피살사건 와중에 교민들에 대한 e-메일 안부 확인을 건성으로 했다는 지적이 나와 정부가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번 박 의원 패러디물 게재 사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담당 실무자의 판단착오"라고 해명하고 있다. 문책도 이 실무자와 담당 비서관으로 국한하고 있다. 그러나 감성에 호소하고 정제되지 않은 자극적 메시지 전달에만 익숙해 '품격 관리'에는 무신경했던 의식과 관행이 빚어낸 귀결이라는 지적이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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