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스런 보석함 손수 만들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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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부성초등학교 한지공예반 수강생들이 한지를 이용해 보석함을 만들고 있다. 강좌는 매주 월·금요일 두 차례 진행된다. 조영회 기자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천안 두정동 부성초등학교 5층 미술실. 20여 명의 여성들이 옹기종기 모여 한지로 보석함을 만들고 있다.

종이를 잘라 함에 덧대고 풀로 붙이는 작업이 반복됐다. 초여름 날씨 탓도 있지만 연신 손을 놀려 보석함을 만들기 때문인지 수강생들의 코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한 수강생은 나무모양의 종이가 풀 때문에 더럽혀질까 젖은 수건에 손을 닦아냈다. 앞에 앉은 친구와 말을 하면서도 손과 눈은 한지에 집중돼 있었다.

이들 사이로 이미경(41·여) 강사가 돌아다니며 부족한 점을 가르쳐주거나 질문에 답을 해줬다. 이 강사는 “보석함을 다 만들면 부채를 만들 예정이에요. 날씨가 더워지는 데 손수 만든 부채를 시아버지께 드리면 좋아하시겠죠?”라고 말해 강의실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수강생들은 부성초등학교 인근에 사는 주부들로 학교에서 ‘평생교육의 강좌 중 한지공예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했다. 대부분 부성초 학부모들이지만 인근 주민도 섞여 있다.  

◆“저렴하고 다양한 교육”=수강생들의 나이는 30~40대로 20~30년 전 초등학교에 다녔다. 그 시절엔 한지가격이 비싸 미술재료로 사용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신문지나 폐지를 활용해 탈을 만들고 필통도 만들었다. 이들은 20~30년이 지난 지금에야 한지공예를 배우면서 과거를 회상했다.

수강생 손미애(36·여)씨는 “아이가 신청서를 들고 왔길래 두 번 생각도 안 하고 신청했다”며 “재료비도 비싸지 않고 다른 곳보다 강좌시간도 길어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손씨는 “요즘 보석함을 만드는데 시간이 되면 약장이나 서랍장 등 집에서 필요한 물건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손씨와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박미정(35·여)씨는 “아침에 아이와 남편을 보내고 나서도 충분히 시간을 낼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지금은 내가 필요한 물건을 만들고 있지만 아이들을 위해 필통과 연필꽂이도 만들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강생들의 참여도가 높다고 한다. 강의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결석생은 찾아볼 수가 없다. 출석률이 100%고 수업열기도 다른 강좌보다 뜨겁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좌를 개설한 박종학 교사는 “기존에 컴퓨터교실을 운영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많아 한지공예강좌를 신설했다”며 “수강생들이 자율적으로 간사도 선정하고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5월부터 시작한 한지공예는 10월까지 계속된다. 방학기간인 7~8월 두 달을 제외하고 넉 달간 수업이 이뤄진다. 일주일에 두 번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씩 진행된다. 수업은 이미경 강사가 맡고 있다. 이 강사는 2년 전 수강생들처럼 한지공예를 배우다 자격증까지 취득해 본격적으로 강사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부성초 한지공예반은 첫 달인 5월에는 연필꽂이 등 간단한 물건을 만들었다. 6월부터는 명함케이스와 보석함 등 중간 난이도의 물건을 만들고 9~10월엔 비밀 3단 서랍과 6각 찻잔받침 등을 만들 예정이다. 수강생들의 작품은 11월 열리는 ‘솔밭축제’ 때 전시된다. 솔밭축제는 부성초등학교 행사로 학생과 교직원, 평생교육 수강생들이 만든 작품을 선보인다.

이미경 강사는 “주민자치센터 등 여러 곳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부성초 만큼 수강열기가 높은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한지공예를 배우고 싶은 수강생이 더 많은데 정원·공간 등의 여건 때문에 늘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강태룡 부성초 교장은 “평생교육프로그램은 학부모와 지역민들의 의견과 학교시설 여건을 감안해 마련된다”며 “체육관이 세워지고 교육청의 지원이 늘어나면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더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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