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부성초등학교 한지공예반 수강생들이 한지를 이용해 보석함을 만들고 있다. 강좌는 매주 월·금요일 두 차례 진행된다. 조영회 기자
종이를 잘라 함에 덧대고 풀로 붙이는 작업이 반복됐다. 초여름 날씨 탓도 있지만 연신 손을 놀려 보석함을 만들기 때문인지 수강생들의 코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한 수강생은 나무모양의 종이가 풀 때문에 더럽혀질까 젖은 수건에 손을 닦아냈다. 앞에 앉은 친구와 말을 하면서도 손과 눈은 한지에 집중돼 있었다.
이들 사이로 이미경(41·여) 강사가 돌아다니며 부족한 점을 가르쳐주거나 질문에 답을 해줬다. 이 강사는 “보석함을 다 만들면 부채를 만들 예정이에요. 날씨가 더워지는 데 손수 만든 부채를 시아버지께 드리면 좋아하시겠죠?”라고 말해 강의실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수강생들은 부성초등학교 인근에 사는 주부들로 학교에서 ‘평생교육의 강좌 중 한지공예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했다. 대부분 부성초 학부모들이지만 인근 주민도 섞여 있다.
◆“저렴하고 다양한 교육”=수강생들의 나이는 30~40대로 20~30년 전 초등학교에 다녔다. 그 시절엔 한지가격이 비싸 미술재료로 사용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신문지나 폐지를 활용해 탈을 만들고 필통도 만들었다. 이들은 20~30년이 지난 지금에야 한지공예를 배우면서 과거를 회상했다.
수강생 손미애(36·여)씨는 “아이가 신청서를 들고 왔길래 두 번 생각도 안 하고 신청했다”며 “재료비도 비싸지 않고 다른 곳보다 강좌시간도 길어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손씨는 “요즘 보석함을 만드는데 시간이 되면 약장이나 서랍장 등 집에서 필요한 물건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손씨와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박미정(35·여)씨는 “아침에 아이와 남편을 보내고 나서도 충분히 시간을 낼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지금은 내가 필요한 물건을 만들고 있지만 아이들을 위해 필통과 연필꽂이도 만들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강생들의 참여도가 높다고 한다. 강의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결석생은 찾아볼 수가 없다. 출석률이 100%고 수업열기도 다른 강좌보다 뜨겁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좌를 개설한 박종학 교사는 “기존에 컴퓨터교실을 운영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많아 한지공예강좌를 신설했다”며 “수강생들이 자율적으로 간사도 선정하고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5월부터 시작한 한지공예는 10월까지 계속된다. 방학기간인 7~8월 두 달을 제외하고 넉 달간 수업이 이뤄진다. 일주일에 두 번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씩 진행된다. 수업은 이미경 강사가 맡고 있다. 이 강사는 2년 전 수강생들처럼 한지공예를 배우다 자격증까지 취득해 본격적으로 강사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부성초 한지공예반은 첫 달인 5월에는 연필꽂이 등 간단한 물건을 만들었다. 6월부터는 명함케이스와 보석함 등 중간 난이도의 물건을 만들고 9~10월엔 비밀 3단 서랍과 6각 찻잔받침 등을 만들 예정이다. 수강생들의 작품은 11월 열리는 ‘솔밭축제’ 때 전시된다. 솔밭축제는 부성초등학교 행사로 학생과 교직원, 평생교육 수강생들이 만든 작품을 선보인다.
이미경 강사는 “주민자치센터 등 여러 곳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부성초 만큼 수강열기가 높은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한지공예를 배우고 싶은 수강생이 더 많은데 정원·공간 등의 여건 때문에 늘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강태룡 부성초 교장은 “평생교육프로그램은 학부모와 지역민들의 의견과 학교시설 여건을 감안해 마련된다”며 “체육관이 세워지고 교육청의 지원이 늘어나면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더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신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