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간 양도세공방 날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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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민생활과 밀접한 세목 (稅目) 인 양도소득세를 둘러싸고 정부부처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침체한 부동산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양도세 면제대상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도세 때문에 매매가 더욱 위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제를 다루는 재정경제부의 입장은 이와 전혀 다르다. 현재 양도세율 인하를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중이지만 어떤 경우든 건교부가 주장하듯 양도세 면제대상을 대폭 늘릴 수는 없다는 게 기본논리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팽팽한 양측의 갈등이 지난 20일 공개적으로 불거졌다. 건교부는 이날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이라는 보도자료에서 세 가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첫째, 1가구1주택자가 지금은 3년을 보유해야 양도세가 면제되는데 이를 1년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주택소유자의 절반 이상이 1주택을 갖고 있는 만큼 이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고 설명했다.

둘째, 미분양주택을 취득한 경우에는 보유기간에 관계없이 99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면제해 주자는 것이다. 3월말 현재 9만7천가구에 이르는 미분양주택에 5조원의 주택건설자금이 묶여 있는 점을 감안하면 특별한 수요진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지금은 5가구 이상을 5년 이상 임대해야 양도세 50% 감면혜택이 주어지는데, 감면대상을 2가구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소액투자자를 임대사업에 끌어들여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임대사업자는 현재 3천6백71명에 그치고 있다.

그러자 재경부가 이날밤 즉시 해명자료를 내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건교부의 보도자료는 사실이 아니다" 고 전제한 뒤, "현재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여러 대안을 검토중이며 세제개편안을 6월말까지 마련하겠다" 고 덧붙였다. 다음날인 21일 재경부는 이례적으로 추가 해명자료를 냈다. "건교부가 양도세 감면방안을 재경부에 공식요청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 는 게 골자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재산세.종합토지세 등 부동산 보유과세를 종합토지세로 통합한 뒤 세율을 높이고, 양도.취득.등록세 등 부동산거래때 발생하는 세금은 줄인다는 게 기본원칙" 이라며 "하지만 세수 (稅收) 여건상 양도세를 지나치게 많이 감면할 수는 없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가구1주택을 1년만 보유하면 양도세를 면제하자는 건교부 주장은 양도세를 폐지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 라며 "또 임대주택에 양도세 감면을 많이 해주면 수요보다 공급이 더 늘어날 우려도 있다" 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재경부가 윤곽을 잡은 양도세 개편방안은 양도세율을 소폭 낮추되 이로 인해 발생하는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현재 30여종에 달하는 비과세.감면대상을 상당폭 축소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건교부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는 셈인데 각 부처가 사전협의 없이 정책을 발표하는 바람에 국민들의 혼선만 가중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민회의 김원길 (金元吉) 정책위의장이 "양도세 폐지를 추진하겠다" 고 발표해 진위 여부를 놓고 혼선이 있었으며 지금까지 명쾌한 후속입장이 나오지 않아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고현곤·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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